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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갓난아기 - 소아과 의사가 신생아의 눈으로 쓴 행복한 육아서
마쓰다 미치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뜨인돌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육아서의 진지함은 텍스트가 아닌 독서자 때문이다. 타인의 역사에 이만큼 깊숙히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또 어디 있을까. 부모는 짜장면과 짬뽕의 기로에서보다 신중하고, 잘익은 여드름을 골라 거울 앞에 선 사춘기보다 진지하다. 하지만 <나는 갓난아기>, 긴장 풀고 웃었다.(갓난쟁이 시기를 지나서 그랬겠지?) 

장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에밀'이란 아이를 키우며 자연주의 교육사상을 녹인 가상의 장場을 마련했다. 한 때 유행했던 '마이펫'을 연상시킨다. 일본에선 육아서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는 <나는 갓난아기> 역시 한 명의 아기를 키우는(혹은 자라는) 이야기 속에 육아공식을 풀어낸다. 재밌게도 픽션이 육아,교육서와 만난 것이다.  

<나는 갓난아기>는 '양육자'가 아닌 '피양육자', 즉 아기의 목소리다. 정녕 바라건데 말랑한 머리통이 끄집어내지는 그 순간 나의 아기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은 누구이며, 여긴 어딘가요?" 

물론 요 영특한 아기는 그런것 쯤은 다 안다. 엄마젖을 과식했다는 것도 알고, 분유에 비타민제를 넣어줘도 귀신처럼 눈치채고, 아파트가 살기에는 별로라는 것도, 기저귀커버가 답답하다는 것도, 옆집 아줌마가 하는 말은 다 헛소리라는 것도, 활동량이 많아 몸무게가 500g정도 미달(망할놈의 평균치에서!) 된다는 것도, 여관이 지낼만한  숙소가 아니란 것도 안다. 게다가 엄마는 내 맘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도 체득했다.




..엄마가 타 주는 분유는 내겐 너무 진하다. 분유 회사는 분유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려고 하기 때문에 되도록 진하게 먹는 아이들의 입맛에 맞춰 분량을 제시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각자의 취향이 있다. ... 분유를 조금 적게 넣고 그 대신 물을 좀 더 넣어줬으면 좋겠는데, 순진한 엄마는 분유 회사가 광고하는 숫자대로 정확히 타주려고 애를 쓴다. 싱거운 분유로는 영양부족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갓난아기>40쪽 에서

 
 

맞다. 아기들은 다 안다. 어른들이나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간혹 자신을 잃는 것이지 아기들은 누구보다도 자기에 대해 잘 아는 시원始原의 존재다. 우리는 그들이었지만 아쉽게도 그때의 언어를 잃어버렸다. 자고로 어른은 자주 울어도 안되며 호기심으로 말썽을 부려도 안되고, 불평을 해서도 안된다. 결국 우리는 아이를 떼어내야만 했다.
 
그래서 아이를 어른의 키로 어른스런 생각으로 잡아당기기 전에(이 힘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이' 그대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쭉 이어져 왔다. 아마 <나는 갓난아기>도 그 몫을 단단히 했을 것이다. 기어이 경쟁사회는 아이를 삶의 중심에 놓는 지경까지 다다랗지만, 그게 이 책이 홀대당해야 하는 이유는 결코 아니다.




...나는 위도 크지 않고 대식가도 아니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거나 소화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주 젖이 먹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 것이다. 밤에 잠깐 깨었을 때 십분 정도만 젖을 먹여 줘도 나를 안고 한 시간 넘게 자장가를 불러 주는 것보다 숙면을 취하는 데 열 배는 더 효과적일 텐데, 어른들은 왜 그걸 모르는 걸까.-62쪽 에서



 

'나는 갓난아기야. 나를 알아줘, 내 얘기를 들어줘' 정도로, 부모중심육아와 아이중심육아에서, 과잉육아와 방치 사이에서, 육아의 환희와 고통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솜씨가 굉장하다. '해야한다'는 묵언의 강요가 사라진 자리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신입 부모들을 모아 다독인다. 아무리 가짜라도 감정이입의 장치는 꽤나 쓸만해서 요 대리아기에게 깜빡깜빡 속아 넘어갈 지경이다.

이 아기는 <나는 갓난아기>에 출현하기 위해 각종 증상과 질병에 시달려야 했고, 심지어 개한테도 물려봐야 했다. 알만큼 아는 부모도 이리저리 휘둘려야 했고, 주변인물들은 엉터리이거나 달관자이거나 속물이어야 했다. 수집되고 과장된 현실들은 시트콤처럼 유쾌했고, 기어코 메시지를 전하는 힘도 잃지 않았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문학육아서' 한 권이 출생했던 것이다.
 
소아과 의사로서 메시지의 객관성을 검증받은 마쓰다 미치오의 몇몇 생각들은 양육법의 조언을 넘어, 부모의 양육 본능을 끄집어낸다. 아이와의 소통에서 가장 난항을 겪을 두 돌 전까진 이성(코칭)보다는 본능이 앞서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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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쓰는 아이 심리백과
도리스 호이엑-마우스 지음, 이재금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긍정적인 발달단계로서의 떼쓰기

떼쟁이 단계, 더 적절하게 표현하면 의지 발견과 자아 발견의 단계는 원래 긍정적인 발달단계다. 왜냐하면 화를 내고, 실망하며, 자신을 방어하는 능력은 아이가 자신을 인격체로 느끼는 것을 배운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주기 때문이다. ...두 살부터 유아는 좌절에 대한 저항력도 점점 쌓여나간다. 아이는 이제 꽤 오랫동안 심리적인 긴장을 견뎌낼 줄 안다. ...두 살부터 아이의 의사표현은 점점 더 목표와 사람에 방향을 맞춘다. 또, 아이는 자기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언어와 능동적인 공격력을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 -<떼쓰는 아이 심리백과>에서
 
달래고, 윽박지르고, 조곤조곤 설명도 해보고, 그래도 '떼쓰기' 는 낳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마들끼리 하는 말이 있죠. '요즘 한참 떼 쓸 때야.' 두 돌 무렵부터 이 놈이 찾아왔죠. 그러고보니 <떼쓰는 아이 심리백과>가 쪽집기 과외 같군요. 

이제 엄마경력 29개월. 이제 생각해보면 '아이를 어떻게 요리할까' '어떻게 제압할까' 같은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네요. 그토록 수많은 육아서로 '부모 교육' 받기를 겸허히 자청했건만 제가 맞닥뜨린건 제 멋대로 하려는, 한계를 모르는, 울음을 무기로 엄마를 괴롭히는 막무가내 아이였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아이로서는 정당하고 사춘기만큼이나 당연한 터널이었지만요)

몇 년 전이 아닌, 바로 지난 달 일이었죠. '내가 뭘 얼마나 잘못했지?'라는 자괴감에 빠질만큼 괴로웠습니다. 이론적으로 '유아에게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 별 의미 없다 하더라도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죠. 잠자는 시간을 빼곤 한 시도 떨어져 지낼 수 없었던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도 컸겠지만(둘 다에게), 때맞춰 읽은 <떼쓰는 아이 심리백과>는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주었습니다. 

떼쓰기가 '엄마'라는 특정 대상에게 퍼붓는 공격성처럼 보이지만 실은 '아이의 자율신경 체계에 의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못박습니다. 자율신경 체계까지 이해해야할 필요는 없겠지만, 중요한 건 떼쓰기 행동을 아이의 인격으로부터 떼어놓고 보고, 가능한 한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 정도 선행만 있으면 떼쓰기 막기에 주력하면서 용쓸 필요 없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런 경지까지는 거의 불가능하고 옳지도 않겠지만) 작은 분노의 불꽃이 점점 거세지다가 사그러드는 일련의 과정을 모니터할 수 있습니다. 진즉에 알았다면 '엄마가 뭘 잘못 했다고 이래?' '서영이 때문에 힘들어' 라는 말은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죠. 

이 책으로 '떼쓰기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같은 이론과 적용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실은 '위로' 받았다는 편이 더 어울립니다. 일상적인 사례들을 통해 내게만 닥치는 시련이 아니란 걸 알고 안심하게 되는거죠. 게다가 전에 없던 아이의 공격성이 '좌절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좀 더 아이 입장에 서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아이는 사회적인 한계를 실험하고 있으며, 바로 지금이 적절한 통제를 경험하고 정당한 요구에 대해 이해받을 수 있음을 배울 수 있는 시기라는 전화위복의 발상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부모를 위한 떼쓰기 극복방법 12가지-책에서


떼쓰기 발작에는 벌을 주지 않는다. 
떼쓰기를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에 말을걸자  

(엄마의 감정을 한 번쯤 밖으로 표출하라는 얘긴데요, '나의 메시지'법을 권유합니다. 이를테면 "엄마는 지금 정말 기분이 안 좋아""화가 나" 같이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혼내지 않는 방법입니다.)
절대로 손찌검을 하지 않는다
떼쓰기를 관심의 중심에 놓지 말자
떼쓰기 발작을 중단시키지 말자
일관성을 유지하자
지지대를 마련해주자
(발작이 끝나고 나면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줍니다.)
아이마다 떼쓰는 양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자
주위의 도움을 받자
자기가 떼쟁이였을 때를 기억하자
유머로 상황을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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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
김명하 지음, 마이클럽닷컴 기획 / 봄날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도서관과 공동체. 도서관과 마을. 거미줄 치는 이야기.
 


<우리동네 어린이 도서관 101% 활용법>/miclub기획/김명하/봄날/2010.3

그저 도서관이 좋은 이유를 다방면으로 수집해서 들려주는 '도서관예찬론' 쯤 되겠구나 했지요. 하지만 읽어 갈수록 알 수 없는 전율이 있었습니다. 절 흔들리게 한 말은 다름 아닌 '공동체 육아' 였어요.

일고 여덟씩 낳아 논일 밭일 살림 뒷수발까지 다하면서 고추모종처럼 아이들을 키워내던 어른 들이 보기에 요즘 육아 환경은, 그야말로 축복일 겁니다. 임산부 요가, 국가의 무료 철분제, 산후 조리원, 불꺼질 일 없는 자동 난방, 인터넷 육아 정보, 전문가의 견해(육아서), 영재교육, 문화센터, 놀이기관. 적절하게 프로그래밍된 육아는 투덜대기 부끄러울만큼 윤택합니다.

하지만 베이비 블루나(산후 우울증) 주부 우울증은 통과의례가 되었고, 너도 나도 모여서 애 보는 게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지를 쏟아내기 일쑵니다. '애만 보면 되는데 뭐가 힘들어' 삼신할미가 엄마의 투정을 힐난합니다. 하지만 이젠 '애만 보니까' 힘들다고 대꾸합니다.


엄마의 고립감은 상상 이상입니다. 사랑하지만 말은 안통하는, 교감하라지만 고통은 내색할 수 없는 이 외계의 생명체를 적어도 어린이집에 보내긴 전까지 책임전담해야 하는 엄마들은, 아이의 독립을 꿈꾸면서도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야릇한 상황입니다. 어엿한 사회인의 자리에서 물러나 '집구석'에 머물면서 이유식이며 병치레를 인터넷 창에 검색하며 정보들을 조합하고 육아박사가 되는게 현대의 현모인가요.  

여러 해 '마을'개념을 되살리기 위한 책들이 몇 권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원순 님의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 윤구병 님의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 조한혜정님의 <다시, 마을이다>. 모두 '함께'사는 삶을 응원하는 한 목소리 입니다.
 
노인은 어린아이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청소년 역시 든든한 후원자들과 잘 늙어 가는 어른들이 곁에 있을 때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마을이다>에서 

“나는 사람이 제 앞가림도 못하고, 이웃과 어울리지도 못하면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없다고 봐요. 결국 공동체가 복원되지 않으면 인류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를 복원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길러낼 때라야만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구병



은둔병, 우울증, 개인주의, 성공가열을 넘어서기 위한 대안으로 마을, 즉 공동체를 꼽는 것입니다. 마을을 묶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도서관을 네트워킹한 또 하나의 책. 바로 <우리동네 어린이 도서관101% 활용법>입니다. 표제는 무척 실용적, 교육적인 냄새를 풍기지만 실로 이런 '마을 철학'을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도 걸어서 십분이면 당도할 도립 도서관이 있고 '가족 열람실'의 혜택이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이 소개한 '어린이 도서관'은 정말 꿈 같은 장소였습니다. 간식 먹으며 책읽고, 뒹굴고 언니 오빠들이 책을 읽어주고, 함께 동네 골목길을 순례하고, 마음 맞춰 캠핑도 가고, 부모들끼리 독서회도 만들고, 마을 꾸리기를 위한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시에 채택되고.. 마을 속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문턱 낮아진 도서관 사례들이 어쩐지 비현실적입니다.

사진출처(대전의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

현실의 소통이라면 문화센터나 또래 아이를 두고 있는 아파트의 이웃 정도일 뿐인데에 반하면 대단한 반향입니다. 화가 나더군요. '왜 나와 아이는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거야. 그림의 떡이군.' 낙담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길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토록 많은 인터뷰와 인용구들이 뜻하는 바를 짚어보니 그곳에 '공동체 문화'를 향한 열렬한 바램이 있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의 은밀한 육아가 아닌 온 마을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데, 가족이나 개인에게만 떠맡겨진 짐을 덜겠다는데 거부할 만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비록 지금 당장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부록으로 전국 어린이 도서관 목차를 제공합니다)육아의 큰 방향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를 보여줍니다. 누가 뭐래도 내 아이, 엄마 혼자 어떻게든 해보자는 생각으로 각종 육아서들을 파고들어봤자, 길이 열리는게 아니라 세상을 향한 문이 닫힐 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두돌 즈음 아빠를 떼어버린(멀리 한옥 공부하러 갔어요) 아이의 히스테리가 날로 심각해질 즈음 저는 그토록 혐오하는 문화센터를 기웃거렸습니다. 노는 것도, 엄마와의 스킨쉽도, 흙놀이도 저런 데나 가야 '누구랑'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죠. 좀처럼 오지 않는 봄을 원망하며 썰렁한 동네를 쏘다니면 마음엔 한기가 들었습니다. 그래도 고립된 아이와 저를 위해 문화센터라도 가보자고 마음먹었지만 다음 신청일은 한 참 후더군요. 다행히 시간은 악투하며 흘러갔고 봄 밖으로 흘러나온 사람 구경으로 요샌 바빠졌습니다. 하지만 다시 겨울이 오면 저는 세 돌을 맞는 아이를 두고 어린이 집에 보낼지 말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터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엄마 혼자도 잘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는 조금 벗어났다는 겁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데 2년이 걸렸습니다. '우리 동네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 까지는 무리이겠지만, 우리 골목의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댁의 초인종을 아이와 함께 더 자주 눌러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찾아옵니다. 교육적 목적으로 도서관을 향하는 발걸음 만큼이나 자주 말이죠


--남은 이야기

이주에 읽은 도서관 관련도서의 머리말에도 비슷한 취지의 말이 나옵니다.

다른 곳에서는 학생들끼리, 할아버지 할머니끼리, 대학생 언니 오빠들끼리 어울리지만, 도서관에서는 이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함께 지내잖아요. ..누군가는 도서관이 대안교육이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학원에 가는 대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요. -<노는 도서관 배우는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가는 엄마와 아이가 겪을 만한 일들을 이야기로 풀었어요. 검색방법, 책의 역사, 어린이 도서관, 다양한 문화컨텐츠, 책을 소재로한 유명인의 에피소드, 등 도서관을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으로 재발견하려는 어린이 책 입니다. 아무래도 다음 주 4월12일 부터 일주일간 진행되는 '도서관 주간' 때문인 것 같아요. 도서관 앞마당에서 김밥이라도 먹어볼까요?





/서해경.이소영/현암사/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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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내 일기를 훔쳐봐요! - 하루 15분 우리 아이 마음 키워주기 우리 가족은 100% 엔젤 1
조문채.이혜수 지음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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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예요.

"너는 머리냄새나는 아이다. 꼭 기억해라. 가난하거나, 더럽거나, 다리를 저는 아이를 보거든
아참!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지! 하고…….
그러면 그 아이들과 네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가재는 이마로 오줌을 눈대요.

<작은 생물의 세계>라는 비디오를 보았습니다.
가재는 이마에 오줌구멍이 있습니다.
큰일날 뻔했습니다!
사람도 이마에 오줌구멍이 있다면
변기통에 머리르 쑤셔박고 오즘눠야 했겠네요.
아기들은 이마에 기저귀를 차야 할 테고
오줌 자주 싸는 아이는 이마가 마를 날이 업겠습니다.
그것보다 더 곤란한 것은 빤스를 머리에 입을 뻔했잖아요!





<너의 자궁을 노래하라>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이 2010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일러스트 부분의 상을 받고 새얼굴을 했습니다. 당시 문화부는 '책 제목으로 쓰기에 합당하지 못하다'는 경고조치까지 내리는 불합당한 자세를 보였답니다. <100% 엔젤>이라는 다소 모범적이고 착한 제목으로 선보여지긴 했지만 '자궁'을 노래할 수 밖에 없는 충분한 영감이 발휘되는 책입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이어졌던 딸과의 일기쓰기. 일명 마빡소녀 조문채(엄마)와 배추벌레 이혜수(딸)가 이 책의 공동 저자입니다. 거기다 현재는 뉴욕 '스쿨 오브 비쥬얼아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있다는 장성한 배추벌레의 특별한 그림까지 곁들여 집니다. 과거가 현재가 함께 만들어 아름다운 냄새가 납니다.







한글 가르칠 생각은 조금도 못했다던 마빡소녀(엄마)가 길러낸 딸치고는 대단한 문장력을 선보이는 딸입니다. 이름조차 엉터리로 써왔다는 아이의 글자를 잡아주며 시작된 일이었지만, 글자를 못배운 아이가 생각을 못배우는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영재교육가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언어로의 이른 입문에 재를 뿌리는 예가 되겠지만, 요새 저도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두 딸을 둔 글쟁이 가족의 귀농생활을 그린 <문호리 지똥구리네>엄마도 문맹의 답답함을 경험하게 하고 스스로의 강력한 '필요'에 의해서 한글교육을 시켰습니다. 뭐가 맞다고 무가르듯 나눌순 없겠지만, 두 권의 책은 확실히 '행복하게' 키우는 방법을 암시해 줍니다. '똑똑하게'가 아니라요.

바로 아이들에게 '지식'말고 '영감'을 주면서, 가르치지 않고 보여주면서, '좋은 영향'을 끼치는 법에 대한 힌트가 되는 책들입니다. <문호리 지똥구리네>는 자연에서, <100% 엔젤>은 소통으로 말이죠. 

똑똑하고 바른 아이의 엄마, 자유롭고 따뜻한 아이의 엄마 중 고르라면, 두고두고 고민할 겁니다.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두 돌이 지난 지금까지, 전 전자이고 싶었던게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똑똑하고 바르면서도 자유롭고 따뜻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 모든 걸 목표로 키운다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를테면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해서 엄마는 돈 벌러 멀리 가고 아빠는 어딨는지도 몰라 이모네 집에서 사는 짝을 둔 아이에게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사랑받으려고 너무 나서지 말아라. 그건 네 짝에게 돌아갈 사랑을 가로채는 일이기도 하단다. 남의 사랑을 훔쳐서야 되겠니?"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 내 짝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까요. 그저 '친구에게 잘해줘라'라는 정도겠지요. '너는 머리냄새나는 아이다' 대신 '거봐, 자주 감아야겠지?' 겠죠. 한 수 배웁니다. 영감은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상황에서도 건질 수 있다는 것. 특별한 외출이나 여행이 아니어도, 조금 일찍 한글을 떼고 혼자 책을 줄줄 읽게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할 일은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라고만 가르쳐도 좋은 엄마일 수 있다는 사실. 자유롭고 따뜻한 아이의 엄마가 되려면, 자유롭고 따뜻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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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생활백서 - 행복한 엄마를 꿈꾸다
장세희 지음 / 경향에듀(경향미디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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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육아서'만큼 엄마를 스트레스 받게 하는 것도 없다. 말 안통하고 칭얼대는 아이나 늘어지는 뱃살이나 남편의 무정함이나 커피 한 잔, 목욕 한 번 여유있게 할 수 없는 필연의 결과물들은 그럭저럭 받아들이고 만다. 발버둥쳐봐야 바뀌는 건 없으니까.
 
하지만 육아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중독성 독서는 '바뀔거야'라고 주문을 건다. 아이도, 남편도, 나도 얼마든지 바뀔 수있다고,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단단히 꼬드기는 것이다. 하나같이 맞는 말이고, 곧장 아이를 통해 시연에 들어갈 수 있는 바로미터의 비법들이 산재해 있다. 

영재교육서들은 5세 이전의 아이들이 얼마나 깨끗한 뇌를 가졌는지, 그래서 엄마가 주는 유익한 것들이 얼마나 잘 흡수 되는지를 설득한다. 인성 교육서들은 부모의 태도만으로 아이에게 좋은 버릇과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영어 조기교육서들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영어를 시작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각종 육아정보를 담은 책들은 그림책과 교구, 장난감을 발달단계에 맞게 공급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의 목록을 작성하게 한다.

한 스무권 정도 읽고나면 어느새 그런 엄마가 되있는 것 마냥 만족스럽다. 엄마는 의욕으로 충만해 이제, 아이에게 내 모든 것을 주리라, 눈을 반짝거린다. 하지만 플래시 카드는 도통 먹히질 않고, 영어 원서에는 반응이 뚱-하고, 클래식은 고사하고 좋아하는 씨디 한 장이 너덜해 질 때까지 버튼을 눌러줘야 하고, 큰 맘 먹고 구입한 전집은 단정히 꽂혀 있기만 하고, 코칭법이 무색하게 떼를 써대고, 밤에는 언제든 깨어나 한바탕 울어젖히고, 다정하리라 결심했던 인내심은 금새 바닥나고, 개월수에 맞게 준비한 교구는 먼지 뽀얗게 틀어박히는, 이런 현실로 다시 돌아와서야 '뭐가 잘못된거지?' 잠시 의문을 가지지만 영락없이 완벽한 육아코치, 육아서에 다시 코를 박고만다. '아직 부족해' 되뇌면서.  

철학 스타 지젝이 말했다는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 원리가 떠오른다. "엘리베이터의 문을 빨리 닫히게 하는 버튼은, 버튼을 대는 사람에게 자신이 엘리베이터의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환상을 주는 일종의 심리적 안정제와 같다."  지젝은 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치적 과정에 대한 은유를 발견한 것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이렇게 읽는다. "육아서의 펼침은 육아서를 읽는 부모에게 아이의 성장에 제대로 참여하고 있다는 환상을 주는 일종의 심리적 안정제와 같다."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제안하고 있는 후보들 중에서 선택을 해야하는 시민의 투표처럼,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을 아이의 성장에 환상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고 지금 되묻고 있는 것이다. 

영재조기교육을 실천한 엄마들의 경험담은 걱정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아이가 부모를 통해 변할 수 있다'는 전제로 가득한 육아서들이 지나치게 아이를 대상화 하면서 도리없이 일방통행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 브레이크를 걸어본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강조하면서도 결국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논하는, 환상적 실용성의 실효는 어디까지일까. 




최근 <엄마생활백서>를 보고 야릇하게 전복된 육아서의 방향을 짚어본다. '육아생활백서'가 아닌 '엄마'생활백서. 育兒라는 말에포함된 '아이를 기르는 것'이 '아이와 함께 크는 것'이라는 사실이 간과되었던 건 아닐까 하는 물음이 일렁인다. 성인이 일군 사회에서 그토록 강조되는 대인관계의 룰이 육아에서 당연한 듯 빠져있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기초적인 보육을 제외한다면, 아이가 부모의 소유물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엄마'의 주권을 빼앗긴 육아의 방식은 '부족한 완벽'에 불과하다.
 
아침에는 테레사 수녀 같은 넓은 마음을, 낮에는 맹모와 같은 열정을, 밖에서는 신사임당 같은 지혜를, 저녁에는 마샤 스튜어트 같은 센스 있는 식탁을 요구받는 것이다.

저자의 말이 육아서를 겨냥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시대의 엄마가 강요받는 부분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누구나 엄마가 될 수는 있지만 누구나 다 엄마로서의 재능을 타고날 수는 없다. 아이만 바라보는 엄마에게 아이가 바라는 것은 '나만 바라보는 것'이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엄마에게 아이가 원하는 것은 세상을 함께 바라보는 것일 거라고 믿는다.

영재성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출간되었던 <영재 부모 오답백과>나 <양육 쇼크>에서도 조기 교육이나 기존의 육아방법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가 있었다. '영재성은 키워지지 않는다'는 말은 많은 엄마들의 믿음을 저버리겠지만 아이들의 다른 재능을 살필 수 있는 열린 기회가 될 것이다. 오로지 지능, 창의성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하워드 가드너가 만든 다중 지능 같은 이론들도 널리 읽혀야 할 것이다.

아예 '나쁜 엄마'로 커밍아웃 하라는 저돌적인 기세로 시작하긴 하지만 여태껏 일궈왔던 충실한 육아의 밭에 엄마의 씨앗도 슬며시 심어주는 따뜻한 공생의 책이 아닐수 없다. 주부파업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로만'사는 일을 그만두고, 완벽해지기 위해 애쓰는 에너지를, 행복해지는 데 쓰라고 외친다. 똑똑한 엄마가 똑똑한 아이를 만드는 건 절반의 도박이지만,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건 안전한 투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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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1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맘 2010-06-17 04:35   좋아요 0 | URL
감사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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