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
김명하 지음, 마이클럽닷컴 기획 / 봄날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도서관과 공동체. 도서관과 마을. 거미줄 치는 이야기.
 


<우리동네 어린이 도서관 101% 활용법>/miclub기획/김명하/봄날/2010.3

그저 도서관이 좋은 이유를 다방면으로 수집해서 들려주는 '도서관예찬론' 쯤 되겠구나 했지요. 하지만 읽어 갈수록 알 수 없는 전율이 있었습니다. 절 흔들리게 한 말은 다름 아닌 '공동체 육아' 였어요.

일고 여덟씩 낳아 논일 밭일 살림 뒷수발까지 다하면서 고추모종처럼 아이들을 키워내던 어른 들이 보기에 요즘 육아 환경은, 그야말로 축복일 겁니다. 임산부 요가, 국가의 무료 철분제, 산후 조리원, 불꺼질 일 없는 자동 난방, 인터넷 육아 정보, 전문가의 견해(육아서), 영재교육, 문화센터, 놀이기관. 적절하게 프로그래밍된 육아는 투덜대기 부끄러울만큼 윤택합니다.

하지만 베이비 블루나(산후 우울증) 주부 우울증은 통과의례가 되었고, 너도 나도 모여서 애 보는 게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지를 쏟아내기 일쑵니다. '애만 보면 되는데 뭐가 힘들어' 삼신할미가 엄마의 투정을 힐난합니다. 하지만 이젠 '애만 보니까' 힘들다고 대꾸합니다.


엄마의 고립감은 상상 이상입니다. 사랑하지만 말은 안통하는, 교감하라지만 고통은 내색할 수 없는 이 외계의 생명체를 적어도 어린이집에 보내긴 전까지 책임전담해야 하는 엄마들은, 아이의 독립을 꿈꾸면서도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야릇한 상황입니다. 어엿한 사회인의 자리에서 물러나 '집구석'에 머물면서 이유식이며 병치레를 인터넷 창에 검색하며 정보들을 조합하고 육아박사가 되는게 현대의 현모인가요.  

여러 해 '마을'개념을 되살리기 위한 책들이 몇 권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원순 님의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 윤구병 님의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 조한혜정님의 <다시, 마을이다>. 모두 '함께'사는 삶을 응원하는 한 목소리 입니다.
 
노인은 어린아이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청소년 역시 든든한 후원자들과 잘 늙어 가는 어른들이 곁에 있을 때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마을이다>에서 

“나는 사람이 제 앞가림도 못하고, 이웃과 어울리지도 못하면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없다고 봐요. 결국 공동체가 복원되지 않으면 인류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를 복원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길러낼 때라야만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구병



은둔병, 우울증, 개인주의, 성공가열을 넘어서기 위한 대안으로 마을, 즉 공동체를 꼽는 것입니다. 마을을 묶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도서관을 네트워킹한 또 하나의 책. 바로 <우리동네 어린이 도서관101% 활용법>입니다. 표제는 무척 실용적, 교육적인 냄새를 풍기지만 실로 이런 '마을 철학'을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도 걸어서 십분이면 당도할 도립 도서관이 있고 '가족 열람실'의 혜택이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이 소개한 '어린이 도서관'은 정말 꿈 같은 장소였습니다. 간식 먹으며 책읽고, 뒹굴고 언니 오빠들이 책을 읽어주고, 함께 동네 골목길을 순례하고, 마음 맞춰 캠핑도 가고, 부모들끼리 독서회도 만들고, 마을 꾸리기를 위한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시에 채택되고.. 마을 속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문턱 낮아진 도서관 사례들이 어쩐지 비현실적입니다.

사진출처(대전의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

현실의 소통이라면 문화센터나 또래 아이를 두고 있는 아파트의 이웃 정도일 뿐인데에 반하면 대단한 반향입니다. 화가 나더군요. '왜 나와 아이는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거야. 그림의 떡이군.' 낙담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길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토록 많은 인터뷰와 인용구들이 뜻하는 바를 짚어보니 그곳에 '공동체 문화'를 향한 열렬한 바램이 있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의 은밀한 육아가 아닌 온 마을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데, 가족이나 개인에게만 떠맡겨진 짐을 덜겠다는데 거부할 만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비록 지금 당장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부록으로 전국 어린이 도서관 목차를 제공합니다)육아의 큰 방향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를 보여줍니다. 누가 뭐래도 내 아이, 엄마 혼자 어떻게든 해보자는 생각으로 각종 육아서들을 파고들어봤자, 길이 열리는게 아니라 세상을 향한 문이 닫힐 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두돌 즈음 아빠를 떼어버린(멀리 한옥 공부하러 갔어요) 아이의 히스테리가 날로 심각해질 즈음 저는 그토록 혐오하는 문화센터를 기웃거렸습니다. 노는 것도, 엄마와의 스킨쉽도, 흙놀이도 저런 데나 가야 '누구랑'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죠. 좀처럼 오지 않는 봄을 원망하며 썰렁한 동네를 쏘다니면 마음엔 한기가 들었습니다. 그래도 고립된 아이와 저를 위해 문화센터라도 가보자고 마음먹었지만 다음 신청일은 한 참 후더군요. 다행히 시간은 악투하며 흘러갔고 봄 밖으로 흘러나온 사람 구경으로 요샌 바빠졌습니다. 하지만 다시 겨울이 오면 저는 세 돌을 맞는 아이를 두고 어린이 집에 보낼지 말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터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엄마 혼자도 잘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는 조금 벗어났다는 겁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데 2년이 걸렸습니다. '우리 동네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 까지는 무리이겠지만, 우리 골목의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댁의 초인종을 아이와 함께 더 자주 눌러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찾아옵니다. 교육적 목적으로 도서관을 향하는 발걸음 만큼이나 자주 말이죠


--남은 이야기

이주에 읽은 도서관 관련도서의 머리말에도 비슷한 취지의 말이 나옵니다.

다른 곳에서는 학생들끼리, 할아버지 할머니끼리, 대학생 언니 오빠들끼리 어울리지만, 도서관에서는 이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함께 지내잖아요. ..누군가는 도서관이 대안교육이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학원에 가는 대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요. -<노는 도서관 배우는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가는 엄마와 아이가 겪을 만한 일들을 이야기로 풀었어요. 검색방법, 책의 역사, 어린이 도서관, 다양한 문화컨텐츠, 책을 소재로한 유명인의 에피소드, 등 도서관을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으로 재발견하려는 어린이 책 입니다. 아무래도 다음 주 4월12일 부터 일주일간 진행되는 '도서관 주간' 때문인 것 같아요. 도서관 앞마당에서 김밥이라도 먹어볼까요?





/서해경.이소영/현암사/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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