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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내 일기를 훔쳐봐요! - 하루 15분 우리 아이 마음 키워주기 ㅣ 우리 가족은 100% 엔젤 1
조문채.이혜수 지음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예요.
"너는 머리냄새나는 아이다. 꼭 기억해라. 가난하거나, 더럽거나, 다리를 저는 아이를 보거든
아참!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지! 하고…….
그러면 그 아이들과 네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가재는 이마로 오줌을 눈대요.
<작은 생물의 세계>라는 비디오를 보았습니다.
가재는 이마에 오줌구멍이 있습니다.
큰일날 뻔했습니다!
사람도 이마에 오줌구멍이 있다면
변기통에 머리르 쑤셔박고 오즘눠야 했겠네요.
아기들은 이마에 기저귀를 차야 할 테고
오줌 자주 싸는 아이는 이마가 마를 날이 업겠습니다.
그것보다 더 곤란한 것은 빤스를 머리에 입을 뻔했잖아요!
<너의 자궁을 노래하라>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이 2010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일러스트 부분의 상을 받고 새얼굴을 했습니다. 당시 문화부는 '책 제목으로 쓰기에 합당하지 못하다'는 경고조치까지 내리는 불합당한 자세를 보였답니다. <100% 엔젤>이라는 다소 모범적이고 착한 제목으로 선보여지긴 했지만 '자궁'을 노래할 수 밖에 없는 충분한 영감이 발휘되는 책입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이어졌던 딸과의 일기쓰기. 일명 마빡소녀 조문채(엄마)와 배추벌레 이혜수(딸)가 이 책의 공동 저자입니다. 거기다 현재는 뉴욕 '스쿨 오브 비쥬얼아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있다는 장성한 배추벌레의 특별한 그림까지 곁들여 집니다. 과거가 현재가 함께 만들어 아름다운 냄새가 납니다.
한글 가르칠 생각은 조금도 못했다던 마빡소녀(엄마)가 길러낸 딸치고는 대단한 문장력을 선보이는 딸입니다. 이름조차 엉터리로 써왔다는 아이의 글자를 잡아주며 시작된 일이었지만, 글자를 못배운 아이가 생각을 못배우는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영재교육가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언어로의 이른 입문에 재를 뿌리는 예가 되겠지만, 요새 저도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두 딸을 둔 글쟁이 가족의 귀농생활을 그린 <
문호리 지똥구리네>엄마도 문맹의 답답함을 경험하게 하고 스스로의 강력한 '필요'에 의해서 한글교육을 시켰습니다. 뭐가 맞다고 무가르듯 나눌순 없겠지만, 두 권의 책은 확실히 '행복하게' 키우는 방법을 암시해 줍니다. '똑똑하게'가 아니라요.
바로 아이들에게 '지식'말고 '영감'을 주면서, 가르치지 않고 보여주면서, '좋은 영향'을 끼치는 법에 대한 힌트가 되는 책들입니다. <문호리 지똥구리네>는 자연에서, <100% 엔젤>은 소통으로 말이죠.
똑똑하고 바른 아이의 엄마, 자유롭고 따뜻한 아이의 엄마 중 고르라면, 두고두고 고민할 겁니다.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두 돌이 지난 지금까지, 전 전자이고 싶었던게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똑똑하고 바르면서도 자유롭고 따뜻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 모든 걸 목표로 키운다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를테면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해서 엄마는 돈 벌러 멀리 가고 아빠는 어딨는지도 몰라 이모네 집에서 사는 짝을 둔 아이에게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사랑받으려고 너무 나서지 말아라. 그건 네 짝에게 돌아갈 사랑을 가로채는 일이기도 하단다. 남의 사랑을 훔쳐서야 되겠니?" -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 내 짝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까요. 그저 '친구에게 잘해줘라'라는 정도겠지요.
'너는 머리냄새나는 아이다' 대신 '거봐, 자주 감아야겠지?' 겠죠. 한 수 배웁니다. 영감은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상황에서도 건질 수 있다는 것. 특별한 외출이나 여행이 아니어도, 조금 일찍 한글을 떼고 혼자 책을 줄줄 읽게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할 일은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라고만 가르쳐도 좋은 엄마일 수 있다는 사실. 자유롭고 따뜻한 아이의 엄마가 되려면, 자유롭고 따뜻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