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가치육아 - 멀리 보고 크게 가르치는 엄마의 육아 센스 65가지
미야자키 쇼코 지음, 이선아 옮김 / 마고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육아서 끼리의 갭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영재성에 몰두하다가도 영재교육의 폐해를 짚은 책이 출몰합니다. 감성지수에 동요 되다가도 다중지능의 전문성에 애써 시야를 넓힙니다. 상냥한 엄마인척 하다가 단호한 기질을 보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가도 노는 게 창의력 발달에는 제일이지 라고 되뇝니다. 아이에게 모든 촛점을 맞추다가 여자의 정체성에 진한 물음표를 그립니다. 결국 아이도 엄마도 똑같은 실험대 위에 올려집니다. 아마 현실과 육아서 사이의 갭은 더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다 여보란듯이 잘 키우기 위한 얘기치않은 갈등입니다. '잘'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많은 길 위에서 갈팡질팡 합니다. '그냥 내 방식대로'라고 내지르기엔 이 엄마의 주체성은 너무도 미약합니다. 실패를 본보기 삼는 인생의 경험적 교훈은 육아에서 만큼은 미련하고 또 두렵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합니다. 아니요, 공부로 도망갑니다. 뭐가 맞는지 이젠 다 알았다고 해도 아이가 아니라고 하면 그만입니다. 육아 도움서들의 은근한 압력에 그만 고무줄을 놓치고 맙니다. 저는 참 바보같은 엄마입니다. 가끔 슬픔에 잠겨 나의 엄마를 떠올립니다.

 
<차근차근 가치육아>는 엄마같은 육아서입니다. 교육적 전문성을 앞세우지도 않고 섬등같은 철학이나 의무에 가까운 요구도 하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차분하며 유머러스합니다. '미야자키 쇼코'라는 엄마의 육아 가치를 슬쩍 엿보면 그만입니다. 맛있게 먹는 아이, 말이 풍부한 아이, 밉지 않은 아이, 센스 있는 아이, 늠름한 아이, 유연한 아이 등등을 골자로 차근차근 노하우를 풀어 놓습니다. 육아서 사이의 간격이 너무 멀다면, 중심을 잡기 어렵다면,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진다면 들춰볼만한 편안한 책입니다. 

재미있는 몇 구절을 옮겨 적습니다. 



골고루 먹기

..어지간한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고 믿고, 우리는 먹는 음식의 폭을 넓히는 일에 마음쓰면 되요. .. '아무리 싫어하거나 맛없어 보이는 음식이라도 딱 한 입은 먹어보기'로 아이와 약속하세요.
 
(편식과 관련해 <내 몸의 사생활>은 아이들이 야채나 쓴 것을 멀리하는 이유가 스스로 독을 막기 위한 진화된 장치였을 것이라는 설을 내놓았습니다. 어느 신문기사에선 엄마의 젖이나 분유로 각인된 단 맛으로 단 것에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의 식성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또 <아이 마음속으로>의 저자는 일주일에 한 번 사탕먹는 날을 정했다고 합니다)

자기만의 말을 가지고 있어요.

아이가 자기만의 말로 표현하려고 할 때 방해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문법이 좀 틀리고 단어가 좀 이상해도 아이의 말을 가로막고 바로잡아 주려는 건 난센스예요. 아이가 하려는 말을 앞질러 해 버리는 것도 좋지 않고요. 그리고 또 하나, 아이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해 주세요.

(마지막 구절은 감정코치 책들에서 아주 자주 등장하는 기술이예요. 이 엄마 저자도 많은 육아서를 읽고 생활 속에 녹여 낸 것 같아요)

부드럽지만 절도 있게 거절하기

모나지 않게 거절하는 비결은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만→ 어쩔수 없는 사정이 있어→ 이번에는 좀 힘들겠다' 는 순서로 이야기 하는 거예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외감

우리 집에서는 나쁜 짓을 했을 때 '나쁜 아이 센터'가 등장한답니다. 큰애가 아주 어릴 때는 전화를 거는 척하며 "여보세요? 세 살짜리 아이가 먹는 것을 갖고 장난치는데요" 하고 말하면 '게임 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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