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잽 테르 하르 지음, 이미옥 옮김, 최수연 그림 / 궁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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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괜찮아...혹은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까? 최소한 난 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지 않은가. 그런 사람이 고상한 척, 위로랍시고 건내는 말은 건 교만이며 위선은 아닐까.

하루아침에 사고로인해 시각장애인이 된 열세 살 소년 베어.

베어의 앞에는 이제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굳이 보려 애쓰지 않으려 해도 보였던 삶이었다면 이제는 손가락으로 세상을 더듬어야 한다. 목소리와 생활 전반에서 들리는 잡음을 구별해야 하고 손과 귀가 눈이 하던 일을 떠맡아 해야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얼마나 클까?

밝고 어두운 빛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분을 아주 잠깐 옆에서 지켜 본 일이 있었다. 통장의 계좌번호를 문자 따로 기록해 둔 게 없어 내가 불러준 번호를 그자리에서 점자로 찍어야 했고 당연히 외출도 수월하지 않았다.

시각장애 뿐 아니라 여타의 장애를 가진 경우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부대끼고 사는 일상에서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경험 자체가 많이 없다. 알게 모르게 많이 차단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을 동정하며 우리는 고상한 척 돈을 내지. 하지만 우리는 이런 장애아들을 보이지 않게 숨겨 놨어. 왜냐고? 이런 아이들을 사회로 받아들일 마음이 없으니까! 그런 따뜻한 애정은 없거든!'(189쪽)

아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미 마음은 그들을 밀어내고 있는걸~

막막함과 절망에 빠졌을 베어에게 같은 간호사지만 빌과 애니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한쪽 얼굴이 흉터가 있는 빌이에게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말과 목소리는 한 사람의 성격, 특징, 정신까지 볼 수 있게 된 베어는 병실에서 알게 된 다른 환자들, 특히 암으로 곧 세상을 떠날 대학생 형마저도 베어에게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베어는 이후 함께 학교를 다니고 축구를 했던 친구들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비록 일반학교로의 복귀는 무산됐지만.

세상을 눈으로 보진 못하지만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여전히 잃어버리지 않은 베어.

이젠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사랑을 하는데는 아무런 장애도 없다. 위기를 맞은 부모님은 오히려 베어의 사고로 인해 단단한 사이가 유지되고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에 행복하다.

 

흔히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들 한다. 이들을 혼동에 빠지게 하고 방황하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길을 잃어야 비로소 길을 찾듯 멀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오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많은 성장소설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알맞을 책!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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