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조가 말했다 문학동네 청소년 18
이동원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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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든 많은 경우 내 상황으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 책 역시 그랬다. 똑 같지 않더라도 조각조각 해체하여 억지로라도 끼워 맞춰 나를 돌아보거나 위로 받으려....

며칠전 아들과 무릎을 마주하고 대화를 했다. 아들은 자신의 주장을 펴지도 못한채 답답한 나머지 눈물을 떨어뜨리고 말았고 대화는 곧 중단되었다.

울 아들 마음도 이랬을까?

'에어쇼에서 비행기들이 글자를 쓰는 것처럼 어지럽게 흩어진 연기는 말로 표현 못 하는 내 마음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문득 윈스턴에게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녀석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였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늘 윈스턴의 마음속에만 머물렀다. 들어 줄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 올라와 마음속의 말들을 연기로 뱉은 것이다.'(118쪽)

나는 그런 아들이 갑갑해서 미칠 것 같았는데 아이도 그런 스스로가 무척이나 답답했겠지.

내 생각을 강요하고 윽박지르며 마음을 열어주지 못했던 엄마에게 아들은 수다쟁이가 될 수 없었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래, 사랑의 눈으로 보는 거라면 불편할 리가 없지. 나도 여울이를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던가. 여울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혹시라도 잘못될까 봐 늘 여울이에게 집중했다.(187쪽)

나는 사랑이라 믿었건만 아들은 그것을 사랑이라 여기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엄마와의 대화가 편치 않았던 것이고.  

우리 식구들은 나도 그렇지만 말이 없는 편이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집안은 적막하기까지 할런지도 모른다. 결혼 후 나는 나름 수다쟁이가 됐고 오버에 푼수가 되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남편은 슬슬 내 눈치를 보거나 되려 삐친다. 내가 화가 났는 걸로 오해할 지경.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우리집은 침묵보다는 수다가 필요한 건 틀림없다.

 

사고로 실어증과 기억상실증에 걸린 열일곱의 주인공. 많이 불편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본인은 오히려 편하게 생각한다. 말하지 못하는 대신 온라인에서는 활달하며 사교적인 수다쟁이가 되어 조라는 닉넴으로 활동한다. 기억을 잃고 리셋 상태가 되었지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나 아이들이 자신을 대하는 것에 의구심을 가진 조는 음악식에서 일어난 특수반 여울이의 죽음이 자신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추리 기법을 가미하여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나에게도 책을 읽고 떨아야 할 수다가 많이 남았다.

남편의 카톡 메세지에는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라고 되어있다. 꼭 나에게 하는 무언의 말처럼 깊이 파고든다.

이제껏 너의 생각을 지지하겠다고 했는데 나는 세상의 눈치나 내 잣대로만 맞추려 했음을, 역시 별수 없는 꼰대의 시선이었고 위선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제부터라도 너의 생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마.

열심히 하렴~

 

나는 왜 마음을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했을까.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나도 같았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다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었다.(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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