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한이와 함께 다니면 무대에 선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긴 꼭 장애인이나 그 부모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연극이라고 하지 않는가. 누구건 외출을 할 대는 옷을 바꿔 입고 집에서 혼자 있을 때와는 다른 행동과 말를 하게 된다. 배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하루에도 몇 가지 다른 역할을 하게 된다. 자녀, 부모, 직장인, 친구, 배우자 등등 어떻게 보면, 남의 시건을 의식하는 일은 불편하긴 하지만 그걸 부정적으로 볼 것만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아를 데리고 부모가 세상으로 나가는 일을 무대에 서는 일과 비교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무대체질인 사람도 있지만, 보통 처음엔 불편해도 자꾸 무대에 서다 보면 편해진다. 무대 공포증이 있다면 이렇게 하라고 한다. 우선 자기 역할에 대해 연습을 많이 하고, 그걸 거울 앞에서도 해보고, 일단 무대에 서면 자신감을 가지고 남을 의식하지 말고 자기가 맡은 역에 몰두하라고 말이다.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는 자칫 대외 공포증과 같은 증상을 가지기 쉽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선 무대에 서는, 혹은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가 연기법을 익히듯 부모아 아이는 사회성 기술을 익혀야 할 것이다.

....(중략)

명연기자는 '관중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불안감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그 역할을 잘 소화해내기 위해 노력으 다할 것이다. 장애아의 부모라는 역할도 마찬가지다. 부모로서의 자신감을 가지고 그 역할에 몰두한다면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어떤 배우보다 멋진 존재가 될 것 같다. (210~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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