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
나카무라 진이치 지음, 신유희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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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올 한 해 내 삶에 있어서의 화두는 바로 '죽음'이지 싶다.

시어머니께서 고관절 수술 이후 치매가 급격히 진행되었고 남편과 자식조차 못 알아보는 것은 물론 언어도 제대로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것을 아주 가까이서 목격하고 보살펴야 했다.

삶과 죽음이 늘 공존하면서도 지금껏 우리는 죽음보다는 삶에 더 집착해 왔고 죽음과 관련되어 말하는 것을 재수 없거나 불편해했다. 하지만 죽음과 친해질 필요는 있다. 평균 수명이 늘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너무나 미미하다. 그렇기때문에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졌다. 경제적인 노후에만 치중하다보니 죽음에 대한 관심은 그에 비해 뒤쳐져 있기도하다.

 

노년기를 보다 편안하게 보내려면 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노화에 순응하며 병과 동행해야 한다(8쪽)는 것이 이 책의 주요 골자이다.

건강검진에 대한 중요성을 넘어 맹신을 하는 사람이나 의료인들은 말도 안된다며 반기를 들지도 모르나 책을 읽으면 많은 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나역시 일정부분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전부라고 하기는 어렵다. 당장 아프면 약을 찾거나 병원을 찾아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 죽을 나이는 아니잖아!, 하는 생각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니 절대 다수의 생물들은 번식을 마치면 죽는다는 자연계의 법칙이랄까, 그것을 지키는데 인간은 계속해서 수명을 연장해 가는 존재이다. 하지만 70이나 80세라면 완전히 달라진다. 60 이후가 되더라도 스스로 자연사를 택하여 존엄하게 생을 마무리 하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가 생겼다.

바로 의료적인 행위가 죽어가는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과히 틀리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간병이나 간호라는 이름하에 죽음에 임박한 사람에게 한 술이라도 더 떠 먹이이고 그르릉, 그르릉 소리가 날 정도로 목에 음식물이 걸려 고통스러워 하면 튜브를 코로 넣어 빨아내는 방법까지 동원하는 것이 과연 죽어가는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인공적인 관을 삽입하거나 위루술, 비강영양과 같은 방법 등이 누구를 위한 생명 연장이냐고.

솔직히 주변인을 의식해서는 아닐까? 나 편하자고 하는 것은 아닌지 가만히 생각해 볼 문제다.

생명 연장을 위한 이러한 행위에 제동을 거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시어머니를 보면서 내가 만약 그러한 입장에 처한다면?.....며칠전 남편에게 잠깐 이런 얘기를 했다. 그냥 죽게 두라고.

어떤 이들은 생명 경시라고 할런지도 모른다. 특히 종교를 가진 이들은.

인간의 존엄성이야말로 인간답게 사는 것이지 비참하게 붙들어두는 것은 아닐터이다.

무조건 적인 약에 대한 맹신은 분명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자연치유력을 길러야 함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겨울은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제라도 죽음에 대한 생각은 해 봄직하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병원이나 예방접종마저도 기피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떤 것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 저자가 의사였더라도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이런 류의 책들에서 말하는 것들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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