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1
오세영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교과서에 실려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청소년 필독이나 권장이란 이름으로 추천도서로 많이 리스트에 올려져있다만 솔직히 아이들이 정말 재밌다고 느낄 만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대를 읽는다는 면에서라면 모를까. 근대(단편)소설을 꼭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엔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어쨌든 이효석의 단편은 그래서 근대의 단편 중에서도 독자층이 두터운 편이라 할 수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이 가지는 서정성이나 감동을 느낀다는 게 내겐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른보다 더 순수할 아이들은 그러한 것을 정말 잘 받아들일까 궁금하다.

제일 먼저 당황스러운 것은 어휘 자체가 주는 생소함과 난해함일 듯 싶다.

온갖 피륙 따위를 파는 드팀전의 허생원. 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운 강산이 그대로 그에게는 고향이었을 것이라 표현하지만 뚜벅뚜벅 걷는 걸음에서 나는 고단함이 더 먼저 느껴진다. 그것이 장돌뱅이의 삶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전에 책을 읽을 때는 들어오지 않았던 이야기의 중심 공간인 '길'이 쑥 들어왔다. 장돌뱅이들의 삶을 상징하는 공간인 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워 하는 봉평에서 대화에 이르는 팔십 리 밤길. 마치 소금을 뿌려놓은 것 같은 그 길에서 단 한 번의 인연을 고이 간직한 허 생원. 그리하여 이십 년이나 봉평장을 빼놓지 않고 다닌 것인데 아둑시니 어둡던 허 생원의 눈에 채찍을 든 왼손잡이 동이가 눈에 띄더란 말이지.

 

지독히도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 나절이면 선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이제 메밀꽃이 피기 시작 할 때가 지금쯤은 아니던가....

 

이 책은 <메밀꽃 필 무렵> 외에도 <김만선/홍수>, <림종상/쇠찌르레기> <안회남/말, 소, 투계> 여섯 편의 단편이 만화로 구성되었다.

그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새 박사 원병오 교수 실제 가족사이자 분단 문제와 더불어 이산가족 이야기가 아프게 다가온다.

일제강점기의 민중의 비참한 삶을 가까이에서 조명한 세 작품인 말, 소, 투계와 같은 작품이 표제작인 <메밀꽃 필 무렵>보다 재밌었다.

 

만화에 대한 선입견은 많지 않지만 가끔은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기는 하다.

뭐 그딴걸 만들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남 하는 생각.

이 책은 허접한 만화는 아니다. 공들여 만들었다는 것이 티가 난다. 만화로나마 근대 단편을 접해줘야 한다면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다만 원전으로 읽었으면 하는 바람 또한 놓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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