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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 대한민국을 걷다 - 아들과의 10년 걷기여행, 그 소통의 기록
박종관 지음 / 지와수 / 2012년 7월
평점 :
며칠전부터 남편 카톡에 '아빠와 아덜'이란 문구로 바뀌었다.
휴가 전날 갑자기 아들 녀석이랑 둘이서만 여수로 여행을 가겠단다. 그것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나야 좋지. 세끼 밥 걱정안해도 되니 그것만으로도 내겐 휴가잖아.ㅎㅎ
베낭에 운동화에 새로 준비를 해 줬건만 하루만에 컴백홈.ㅠㅠ
너무 더워서 지친 상태였던 것. 엑스포에서 줄이 너무 길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음료수와 길거리 음식으로만 끼니를 때웠던 부자는 평소 그렇게도 좋아하던 음식과 음료였음에도 아내가, 엄마가 해 주는 밥이 먹고싶었던 것이다. 흑~ 하나도 안 반가워! 그러던차에 소도시로 이동하려고 터미널에 갔더니 서울행 고속버스가 눈에 띄었고 밤차를 탔고 급기야 아침에 도착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어쨌거나 남자들만의 여행이 반가웠던 것은 사춘기 아이와 아빠가 소통하기를, 또 시간적으로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부자만의 시간을 가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들끼리야 쇼핑도하고 예쁜 카페를 함께 가거나 수다를 떨 뭔가가 많지만 남자들끼리는 그러한 것이 별로 없지 않은가.
이전에도 이런 책 있었다. 아빠과 고3 아들이 함께 도보여행을 하는 <해남 가는 길/송언> . 그 책을 읽고 나는 남편에게도 권했었다. 반응은 거절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포기가 안된다. 물론 고되고 힘들겠지만 의미있는 시간이겠지. 그리고 내가 국토순례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쉽게 권하는 거겠지만.ㅎㅎ
사내아이들을 엄마가 컨트롤하거나 대화를 하기는 참 어렵다. 그렇기에 남편한테 이런식으로 기대는 마음이 큰 것이리라.
아들과 걷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대단하다,란 말이었다고 했듯 정말 대단하다.
무엇보다 만 3살이 넘은 아이와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힘이 넘쳐나 에너자이저라고 불렀고 조금 커서는 불암산 꼭대기까지 간 적도 있지만 그때는 그래도 6,7살쯤 되지 않았으려나 싶다.
대 한민국을 걷는데 10년이란 시간이 걸려고 아직도 진행중인 것은 아들이 어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 번에 몰아서 한 게 아니라 시간이 날때마다 멈춰진 곳으로 다시가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렇게 더뎌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실적으로 시간을 내기가 가장 어렵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보자면 시간이 없어서는 핑계에 불과하다.
앞부분에 실린 사진 속 아들의 모습은 아기인데 뒤쪽에 실린 아들은 키도 덩치도 아빠를 넘어서고 있다.
아들이 커가면서 오히려 아빠가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했지만 이렇게 아들과 아빠가 걷는 동안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정이나 믿음 같은 것은 말로 설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경제적인 것도 있고 좋은 습관도 있겠지만 이런 추억도 사실 매우 값진 것이다.
빠름, 빠름을 외치지만 빠르게 지나치는 것들이 과연 좋기만 할까. 천천히 꾸준히 고운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통함'이 나는 무지 부럽다.
걸을수록 마음의 거리는 짧아진다는데 걷은 것 외에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다른 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