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이의 왕따 탈출기 미래의 고전 29
문선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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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를 처음 당할 때는 부당한 일에 무척 화가 났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계속되자 이 모든 게 내가 정말 찌질해서 생긴 일 같았다. 지금도 그랬다. 비를 처음 맞을 때는 옷이 젖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계속되는 비바람을 피할 수 없어 옷이 몽땅 젖게 되면, 더 이상 비를 피하려는 노력보다는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은 자신을 탓하듯 말이다. (113쪽)

 

왕따는 이렇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끝내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하는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간혹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거나 '찌질해서' 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멸시 할 특권을 가지지 않았다.

당신에게 누가 그런 자격을 부여했는지 따지고 싶다.

내 자식이 소중하다면 남의 자식도 소중한 거다. 왜 그걸 모르냐.

 

4학년때 왕따를 경험한 수민은 다행히 새학년에 전학을 해 새출발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더 이상 찌질이나 왕따로 살지 않으려는 절박함이나 간절함이 있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는 행동을 하려 애쓴다.

싸움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민석이를 중심으로 한 이구동성파에 합류하게 된 수민은 무리에 끼게 되어 행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수민의 생각과 달리 돈을 뜯기고 숙제도 대신 해 주고 가방도 들어주는 부당함에도 그 무리에서 떨어질까봐 그정도의 노력은 당연히 생각한다.

이렇게 힘들어도 친구가 없이 혼자 외로웠던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고 참는다.

그러던 중 민석 일행은 같은 반 친구 대현이를 철저히 왕따 시키며 괴롭힌다. 괴롭힘의 강도, 절대 지나치다 생각이 안 든다. 왜? 그만큼 익숙하다. 어떻게 들었건간에.

어쩌면 그래서 피해자의 상처에 무덤덤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얼마나 위험한가.

대현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자 화가난 담임은 적극 개입해 사태를 해결한다.

수민은 왕따 시절 마음속 깊이 박힌 수레 바퀴 자국처럼 패인 상처가 자꾸 덧나 미칠 것 같음에도 방관자적인 입장만 취한다. 침묵 외에는 달리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한 것은 자신이 다시 왕따가 될까봐 그것이 굉장한 공포이기 때문이이다.

나라면? 왕따를 당했으니 누구보다 대현이를 잘 이해할 입장이라 용기내어 대현이를 껴안았어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절대 다시는 왕따를 겪고 싶지 않았을 거다. 누구나 그런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교육은 단지 지식만 배우게 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로지 좋은 성적만 요구한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왕따를 학교에서 사회에서 가정에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봐야만 하는 이유다.

담임은 현명하게 왕따 문제를 해결하지만 난 학교를 믿지 않는다. 정말 가능할까? 아니라고 본다.

왕따의 문제를 선생님 혼자 해결 가능하다면 그다지 힘든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화에서는 왕따 문제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문제점을 수면위로 꺼내 놓는다. 그리고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으로 결론 짓는다. 그러나 현실에는 그것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선이 작가가 이전 작 <양파의 왕따 일기>를 통해 왕따 문제를 잘 그렸다고 해서 왕따의 문제를 잘 해결할 것라면 오해다. 수민이 왕따의 피해자로 가해자로 방관자의 위치를 오가며 불편한 심리를 그려내고 있고 한 두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세상은 악당에 의해 파괴되는 게 아니라, 악당을 보고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이들에 의해 파괴된다고 한 아인슈타인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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