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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동화집 ㅣ 올 에이지 클래식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평점 :
어린시절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했던 많은 동화책들 중 많은 작품이 그림 형제의 동화집을 통해서였다.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백설 공주, 홀레 할머니, 헨젤과 그레텔 등의 작품을 책이나 인형극 에니메이션 등을 통해 접해왔다. 때론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대 위에 올라간 경험도 있었을 성 싶을 정도로 어린 시절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하지 않았나 싶다. 재투성이 아셴푸텔(신데렐라)에게 왕자는 신분의 수직 상승을 이뤄냈고 백설 공주에게 나타난 왕자는 한낮 백일몽에 불과한 꿈이라도 그 순간은 날개를 단듯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독일의 이런 옛 전래 동화가 사실은 잔혹 동화라는 얘기와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 세대를 아우르는, 그래서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책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백설 공주의 원전을 왜곡시키는 참을 수 없었던 저자는(이양호) 독일어와 영어, 한글이 함께 실어 백설공주의 실체를 보여주고자 한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을 통해 그동안 알고 있던 것이 아동판에서 얼마나 순화하고 걸려졌는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둥이 되는 스토리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숯불에 달궈진 쇠로 만들어진 슬리퍼를 신고 죽어서 땅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춘다는 백설공주의 이야기나 발가락을 잘라 신발 속에 발을 억지로 집어넣어 피가 줄줄 흐른다거나 비둘기가 의붓 자매들의 눈을 콕콕 쪼아 먹는 다는 식의 신데렐라 이야기에 잔인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림 형제가 애초에 전래 동화를 채록하려는 목적이 독일의 민족 의식을 강화하려 했건 독일의 정서가 얼마나 녹아있든 그건 나에게 중요치 않다.
그렇다고 감동이 줄거나 기운 빠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지금 눈 앞에 놓인 당장의 시련을 피해가기 보다 정면으로 부딪쳐나가고 악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인과응보의 교훈을 되새겨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책과 비교해서 이 책이 원형에 더 가깝고 덜 가깝고의 문제 역시 중요하지 않다. 그림 형제는 여러차례 문장을 바꾸거나 삭제하여 개작했다는 것이 작품 설명에도 나와있다. 그러니 초판이든 개정판이든 사실 어느 것을 기준으로 했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아이들이 읽는 책이기 때문에 곱고 예쁜 것만 보여주는 것이 과연 옳을까 하는 문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잔혹하고 끔찍한 이야기인 그림 형제 동화집이 당대 사람들이 전해 듣거나 경험한 것임에도 무조건 미화되고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 과연 얼마만큼의 감동과 진정성을 줄까?
아무래도 아는 얘기를 엮은 책이기에 본 내용보다는 말미에 실린 작품 해설이 더 흥미로울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