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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홍대용 의산문답 ㅣ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38
신현정 지음, 정윤채 그림, 손영운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문고전은 결코 쉽거나 만만치 않다. 그러한 딱딱함을 만화라는 방식으로 완충해 주겠지, 또 유토피아나, 국가, 자유론, 군주론 등 보다는 낫지 않겠어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단은 우리나라 인물이니까 만만히 봤다가 큰 코 다칠 뻔 했다.^^
홍대용이란 이름만 들었지 사실 아는 게 없었으니. 이런 책일수록 한번에 몰아쳐서 봐야 한다. 내 경우엔. 자꾸 끊기면 더 어렵고 재미없어진다.
조선의 실학자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았을 뿐인 내게 홍대용이 누군지 살짝 맛만 본 것 같아 감질났다면 엄청난 수확이 아닌가. 그렇다고 한다면 이 책의 기획 의도가 매우 성공적이라 하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시리즈를 읽고 지금과 같은 생각이 매번 든 것은 아니다.
어쨌건 무한우주론을 내세웠던 뉴턴 보다 100 년이나 앞서 그런 주장을 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웠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나 같은 무지한 독자들이 많지 않을까...
'의산문답'이란 것은 가상의 두 인물 허자와 실옹의 문답을 통해 당시 중화주의에 의존했던 성리학의 오류를 지적하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강조하며 지구과학이나 철학 등의 이론을 소설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50페이지도 안될 만큼 짧은 책이다. 짧다고는 했지만 실로 깊고 심오한 내용이 담겼음은 물론이다.
그중 홍대용이 주장 하는 몇 가지를 살펴보면,
사람과 만물은 모두 귀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자연과 사회 전체에 대한 세계관 번화의 시작으로 본다. 사람의 가장 큰 자만심은 바로 사람을 귀하게 여기면서 동식물을 천하게 여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또 성리학의 자만심을 비판하는데 구체적인 정책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양반들의 의식 개혁으로 보고 있다. 양반들이 경전을 달달 외고만 있지 실천하지 않는 태도와 말로만 예법을 찾는 가식적인 예절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이것은 실옹과 허자믜 만남을 통해 홍대용이 강조하고자 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실심(實心), 참된 마음을 갖고 학문을 시작하라는 의미)에 있다.
또 하나는 정기준(正基準)의 논리를 따르던 중국 중심적 세계관에서 탈피한 지원설은 홍대용 사상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는 무한우주론을 제시했는데 이 이론은 어떤 책에도 나와 있지 않은 독창적인 주장이다. 지구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 지구중심적 우주관에서 벗어났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주장이 과학적으로는 다르다고는 하더라도 여러가지로 유의미하다.
이처럼 몇가지 사실로 미루어보더라도 홍대용은 사대주의에 물들지 않고 주체성을 확립하였다는 점이 무척이나 존경스럽다.
그러나 그도 말과 행동의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화장이 깨끗한 장례법이라며 불교식의 사리를 모시는 장례법을 옹호했다. 이는 기존의 온갖 미사여구로 왜곡된 술수를 걷어내고 본래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며 봉분을 쌓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으나 오랫동안 지켜 온 유교의 장례법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좀 더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을 제시하며 역사를 발전시키고자 했으며 현재에도 통할 만한 것으로는 문화의 다양성을 제시한 것은 실용성에 중점을 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암시하는 바가 크다.
역시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는 지혜가 담겨있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읽히는가 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