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마징가 담쟁이 문고
이승현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결코 가벼운 소설은 아니다. 다만 국산 영화처럼 욕이 난무하여 읽는데는 많이 불편하다. 나같은 기성세대임과 동시에 아줌마는. 물론 요즘 아이들이 입 밖으로 뱉어내는 대부분의 언어가 욕이고 그들의 문화 아닌 문화가 되었음을 감안하면 과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것만 참아낸다면 읽어볼 만하다. 약간의 농도 짙은 수위가 나오긴 하지만 고딩 남자아이라면 이보다 더한 것도 음란물로 접했을테니.

일반 인문계고가 주류라면 공고와 같은 실업계고는 비주류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청소년 소설의 대부분은 인문계고가 배경으로 등장했지 공고가 등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꼴찌들이 떴다>에서 공고생들이 막노동판이나 다름없는 건설 현장으로 현장 실습을 나가고 거기서 악덕 기업을 까발리는 듯한 내용과 거친 말투로 다분히 남성 취향적인 소설이었다. 대부분이 청소년 소설이 여성적인 것을 떠올린다면 반가운 일임은 분명하다. 또한 욕 사용이 자제되는 분위기에서는 책에서 접하는 욕은 오히려 10대 아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마징가처럼(?) 주변 머리만 남은 담임 선생을 마징가로 불리지만 사실 모든 교사를 통칭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마징가들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하므로.
문제아로 찍힌 주인공 김정민은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가출했다가 방학을 일주일 남기고 다시 잡혀온다. 그리고 등떠밀리다시피 취업을 나간다. 한 달 만에 그만둘 생각으로. 그렇게해서 졸업 전 취업을 나가니 담임인 마징과와는 안녕을 고할 밖에.
아이들의 얇팍한 생각으론 어른이되면 어른들의 잔소리에서 해방되고 편할 것 같지만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회라는 울타리보다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절절히 느끼게 된다. 한 달도 되기 전에. 사실 자유롭게 보일지 몰라도 더 엄격한 곳이 더 큰 울타리 안의 법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정민을 비롯한 같은 학교의 Y공고의 친구들이 실습을 나간 곳은 H자동차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주로 차체 부품을 생산하는 금속가공 공장.
첫날 공장을 둘러보며 회사 설명과 더불어 안전교육을 하는데 상당히 섬뜩하다. 10톤이 넘는 절단 프레스니 금형 프레스니 하는 것들에 손이 들어가기만 하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춘다지만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공장에서는 사고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더구나 납기일을 맞추기위해 야간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고의 위험은 커질 수 밖에 없고 물량이 밀리거나 생산라인이 바뻐 안전장치가 오히려 일을 더디게 만들면 자의로 안전장치를 끄고 일을 하는 경우도 많은가보다.
어쨌든 소설 속에서 정민은 불안한듯 하지만 나름 잘 적응하며 성장해감을 뚜렷이 볼 수 있다.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공장이란 곳이 낯설테지만 작가는 아주 디테일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데는 자신의 체험이 있었기 때문인듯하다.
부당함, 피폐한 인권이니 부품화의 가속화니 하는 얘기보다 직접 목격한 강 조장의 안전사고의 충격을 통해 드러난 공장의 실태는 얼마전 한진중공업 사태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 이 시간에도 진행중이고 크게 나아지지 않은 실제 모습일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느 곳에서든 관계를 맺고 있다.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작가는 이러한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는데 웃음 끝에 살짝 맺히는 이 눈물의 의미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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