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내 여행 목록에 끼었던 적은 없다. 오르세 미술관이나 루브르 박물관 등 너무 유명해서 언급할 필요조차 못 느낄 정도의 곳임에도 단지 그곳의 전시품들 만으로는 유혹적이지 못했다. 그닥 미술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먼 거리와 경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거든. 내가 만약 돈이 많아 유럽을 제 집 드나들듯 한다면야 모를까^^ 그런데 작가가 소개한 아름다운 프랑스 곳곳에 머물던 화가들과 관련된 장소는 가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끼게 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서와 달리 미술관을 테마로 잡은 여행서라 할 수 있다. 미술작품 사진도 많고 미술관의 전경이나 화가가 머물렀던 곳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이야기했다. 특정 화가가 좋아 그의 작품을 섭렵하고 책을 보는 수고를 하면 그만의 작품 세계를 알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삶 가까이 다가간다면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밀레가 진정한 농민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살았던 바르비종의과 아틀리에를 보는 순간 이해 할 수 있었던 것 처럼 말이다. 샤갈의 그림에서 보던 아름다운 꽃을 직접 샤갈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코로 먼저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사이프러스 나무든 라벤더이든 백리향이든 아릿한 바다 내음과 섞였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프랑스가 예술적인 나라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유명한 화가를 프랑스 한 곳에서 모두 접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정말 그들이 부럽다. 우리나라도 인사동에 가면 많은 미술관이 밀집해 있기는 하지만 이 책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잠깐 간송미술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전형필 선생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미술품과 고서적 등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돌 하나라도 넘길 수 없다며 사들여 세운 현 간송 미술관의 전신인 보화각이 국보급 미술품의 소장 때문인지 쉽게 개방을 하지 않는 점은 나 역시 마땅치만은 않다. 입장료를 받아 귀중한 작품을 관리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찾으면 될 것인데.....그곳이 내국인 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찾는 미술관이 됐으면. 신윤복의 미인도와 모나리자를 동등하게 놓고 비교하는 상상을 기분 좋게 해 본다.^^ 프랑스의 지도가 뒤쪽에 실려 책에 나온 곳을 표시해 줬다면 더 좋겠지만 지명만으로 어디쯤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정말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전부를 돌아볼 수는 없겠지만 경로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는다면 혹 멀리 돌아 수정을 하더라도 일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랑스야 기다려라, 내가 간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기약이 없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