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인 폭력만이 심각하고 언어나 생각의 강요를 폭력의 범주에 넣어 그 심각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데는 많이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특히 생각의 강요 부분! 일상적으로 우리는 폭력이 나쁜 것이라고 배워왔고 그렇게 가르친다. 그러나 실상 훈육이라는 이름 아래 매를 들기도 한다. '사랑의 매' 얼마나 근사한 포장인가. 정말 사랑으로 아이들 체벌했냐고 묻는다면....고백컨데 내 경험을 비춰봐도 절대 그렇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내 감정 조절을 못해 매를 들었음을 밝힌다. 이것은 평생토록 후회로 남을 일이고 절대 아이나 내게 씻기지 않을 상처로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 자식들에게 잘못했다고...미안하다고 용서를 빌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깨끗하게 아물었냐하면 그렇지 못하다. 절대로 절대로 폭력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함음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아직도 나는 물리적이지 않은 다른 폭력을 가한다. 그 한 예로 미움을 담은 눈빛이나 몸짓이 그렇고 생각의 강요가 그렇다. 내가 인생을 오래 살았으니 무조건 맞다는 그릇된 논리도 작용할 것이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수평이 아닌 수직 관계로 은연중 생각했던 것도 있을 것이다. "무력? 언어폭력? 하긴 학생부에 불려 가서 상담할 때 보니까 자료에 별명 부르고, 험담하고,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것도 폭력이고 써 있어서 엄청 황당했던 기억이 나네요..."(115쪽) 나 역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이 띵하다. 그런 부분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으니까. 솔직히 학교는 공부 잘하는 범생이들 위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도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묵인하는 교사가 있을 정도니 일진이나 짱이 아니더라도 학교가 재미있는 곳일리 없다. 공부를 못하면 무시해도 좋고 열등함을 배우는 곳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성적으로 줄세우기를 최초로 가르치는 곳이 바로 학교가 아닌가? 그래서 그 열등함을 덮기 위해 일탈을 하는 것은 아닐까? 일탈 행동으로 주목 받고 싶은. 꽃미남도 아니고 간지남도 아니고 몸짱도 아니고 게임짱도 아닌 아이들이 그렇게라도 아이들을 확실히 휘어잡을 수 있다면 유혹적인 먹잇감일 수 있지 않을까? 일진의 자리든 그 그늘에서든 싸움으로 서열이 매겨지고 주목 받을 수 있는. 그래서 주먹을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매우 바람직하게 폭력의 고리를 끊고 평화 만들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아주 교육적이며 이상적인 교사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일상과 동떨어지지도 않았고 충분히 공감가는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거기다 재미까지 끌어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소설이란 형식을 빌어 심리학에 접근한 것도 그렇고 청소년들의 폭력의 원인과 심리를 분석하는 '생각의 징검다리'는 길지 않아, 이 책의 주 독자가 될 타겟인 청소년들이 심리학을 흥미롭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도 장점이다. 실제로 심리학에서 행해지는 실험들의 등장도 이 책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고 스토리 중간에 삽입된 여러 다른 책들 <우상의 눈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간디> 등 다른 책과의 매끄러운 연결도 매우 좋았다. 무엇보다 가해자만이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 방관자도 같은 무게로 다뤄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따로 정해져 있다는 식이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지 싶다. 입시나 다른 여러가지로 인해 아이들은 억눌린 스트레스와 분노와 공격성이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른다. 폭력과 무력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노출된 폭력을 끊기 위한 것은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사회적 가면'이 자기라는 착각을 깨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서는 것이야 말로 폭력을 해결할 첫 번째 과제가 아닌가 싶다. 주인공 종훈에겐 사범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중퇴하는 등의 이유가 폭력이든 아니든 끝까지 이끌어주는 교사가 있다면 폭력은 물론 자신의 인생을 잘 개척해 나갈 수 있을텐데 정말 여러가지로 아쉽다. 사회의 어른다운 어른의 부재나 믿을 수 있는 어른의 부재가 폭력이나 탈선을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