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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특사 이준
임무영.한영희 지음 / 문이당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역사 시간에 졸지 않았더라도 학교에서 우리가 이준 열사에 대해 배우는 내용은 극히 적었다.
정말 내가 졸아서였을까?
지금이야 역사 과목이 세분화되어 근.현대사가 선택 과목이 되었지만, 대체적으로 근.현대사를 정규 역사 시간에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연히 이 부분에 할애된 시간도 극히 적었다. 그러니 겉 핥기 식으로 휘리릭 훑기만 했을 뿐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했다. 그랬기에 왜 이준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생을 마감했는지 등에 대한 의문 조차 가지지 못했다. 그뿐인가 민영환 역시 비슷한 이유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 내막을 알지 못했으니 참 무지했다.
이부분은 책을 덮으면서 가장 아쉬웠다. 기억해야 할 인물이 이들 뿐이겠냐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알게다. 그동안 헤이그 특사로만 알았는데 우리의 무관심이 너무 적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 다른 책을 검색해 봤는데 이와 관련된 책이 별로 없었다-.-
고종의 밀명으로 헤이그 특사 이준, 이상설, 이위종과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여 불평등 조약인 을사늑약의 체결로 인한 대한제국의 국권을 당당히 인정받으려 했다는 것외에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역사 소설이란 점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했다. 이 책은 말이 소설이지 일반적인 역사 소설보다 더 사실이 근접하다.
그렇기에 고등학생인 딸아이에게도 강권하게 된다. 당연히 엄마가 권하는 책이라면 별다른 토를 달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자신의 선택 과목이 근.현대사이니만큼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도 물론 작용했다.
솔직히 선택과목이 아니더라도 읽어보라고 했을 거다. 문이당 출판사라는 것도 한 이유가 되긴 했다.^^
'작가의 말'에서 열사가 대한제국 최초의 검사라는 것(더 정확히는 검사시보)을 먼저 알았다. 그래서 법률가였던 작가가 이 책을 쓸 수 밖에 없었음을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국가니 민족이니 하는 단어는 사실 나 같은 일개의 평범한 국민은 와 닿지 않는 단어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에도 이분들-이상설, 이위종-을 보면서 울컥 가슴 뜨거움을 느꼈다. 맘에 들지 않는 나라라도 지금 내가 속한 이 나라가 있기까지는 또 다른 많은 분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한다면 마냥 불평 불만만 늘어 놓기가 부끄럽다. 그동안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았다는 죄송스런 마음과 함께....
1,2장은 검사로서 올곧은 법치의 길을 가는 이준의 모습과 3장은 밀사로 구국의 길에 발을 들여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 적용을 하고자 노력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어려서부터 받아온 유학교육의 사상적 한계를 벗어나는데는 법관양성소의 호리구치나 쿠사카베의 말이 충격이었다. 그 한 예로, 그들은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대군주폐하가 아니라 백성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후 법치주의 살아 숨 쉬는 나라를 이룩하는데 흔들림 없이 일관된 노력을 하여 호법신이란 칭송을 얻게되고 그중 만국공법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다.
굉장히 명석하고 논리적이며 올곧은 사람이었지만 국제정세에는 어두웠다. 일본의 도움을 받아 나라를 개화시키려던 생각을 가졌던 이준이 수감 기간 동안 아시아 연대론을 떨치고 반일 자주 사상을 갖게 된다. 그리고 관심 가졌던 만국공법이 결국은 밀사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비록 헤이그의 만국평화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회의장 밖에서 가장 핫할 수 있도록 이들 특사들의 수고로움은 눈물겨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서구 열강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자 이준은 자결을 함으로서 다시 한 번 관심을 끌어내고자 했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왜 우리가 이준을 비롯한 특사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왜 이 책을 읽기를 권하는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딴 얘기지만, 이전까지 고종은 무능함으로 역사가 쓰여왔다. 하지만 최근엔 고종을 재 해석하려는 책이 나왔고 일본의 눈을 피해 고종이 특사단을 보내는 것 등을 보면서 다시 생각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물론 이완용과 관련해서는 어쩔수 없이 저평가가 내려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