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랑골 왕코와 백석이 상수리 큰숲 1
장주식 지음, 박영진 그림 / 상수리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장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에 대한 오염을 염려하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왔다. 이런 기사가 아니라면 도시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구제역은 다 지난 일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을 것이다.
제목만으로 구제역을 떠올리기도 어려웠고 휘리릭 넘겨본 그림은 섬세한 터치가 생생하니 정말 예뻤다.
그럼에도 썩 호감이 가지 않았던 것은 제목에서 흥미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명을 보는 순간, '읽어 볼까"하는 마음이 생긴 건 <그리운 매화 향기>나 <깡패 진희>를 쓴 작가였기 때문이다.^^
다루고 있는 소재만으로도 최고의 별점을 주고 싶다. 아동서에서 매향리 사건을 다뤘다는 것, 또 구제역에 관련된 소재의 동화를 썼다는 것 자체로도 훌륭하지 않은가.
구제역에 관한 내용이란 걸 알고는 흥분되기까지 했으니까.
도시에 사는 나 같은 사람도 구제역이란 말만 들어도 휴~ 하는 한숨이 나오는데 직접 소를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싶다. 십 년을 넘게 함께 산 소를 살처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면....
평소라면 말린 풀을 얻어먹을 만큼 일을 하지도 않았고 혓바늘이 돋거나 아프지도 않은 왕코에게 아끼던 마른 풀을 넣어 죽을 끓이는 할아버지께 차마 천석은 왜냐고 묻지 못한다. 그러나 말로 하지 않더라도 안다. 불안감과 두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병과 상관없이 의심만으로도 살처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천석은 다른 소들을 체쳐 놓더라도 왕코와 백성이만은 살리고 싶어 숨긴다. 하지만 없어진 두 마리의 소로 인해 살처분 미완료일 경우 보상이 안 된다는 날벼락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살처분 대상 농가가 된 것도 사실은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를 팔아야 했기 때문인데 그때 구제역 발생지역을 다녀온 도축 가축 운방 차량이 왔었다는 이유다) 보상이 안 된다는 것은 같이 죽으라는 것과 다를바 없는 처분이었다. 희망의 다른 이름이 바로 보상일 정도로 이들에게는 소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가 바로 보상이었던 것이다.
축산 농가건 뭐든 간에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우리네 농촌 현실. 그리고 축산업을 산업화하여 먹을 것, 즉 고기로만 여기는 윤리적인 생명 존엄성에 관한 것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건드리고 있다.
무엇보다 독약을 주사로 주입해 소를 죽이고 공기로 옮겨 다니는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땅속 깊이 묻기 위한 일련의 묘사가 너무나 끔찍했다.  
결국 왕코와 백석이를 살릴 방법은 없었다.
앞으로 '움머~' 긴  울음에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을 가진 소를 바라 볼 자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더 미안한 것은 그럼에도 육식을 끊는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미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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