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66
황선미 지음, 윤봉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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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분량임에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굉장하다. 이래서 전작주의를 탈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거나 비판하는 책이라면 내용과 관계없이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해가 쨍하고 깨끗한 얼굴을 보여주는 하늘이지만 어제까지만해도 어둔 얼굴로 비를 마구 뿌려댔다. 올 장마를 앞두고 4대강사업에 대한 심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떠들어 댄다.
물막이 공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방조제를 준공한다는 설정에서 나는 줄곤 4대강 사업을 떠올렸다. 그건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 드러나서지만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개발을 한 우리를 훗 세대가 잘했다는 평가를 과연 해 줄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마 때 물난리 안 겪을 거라고 좋아들 하더구먼. 나라에서 허튼 일이야 하겠냐만은, 물길은 함부로 바꾸는 게 아닌디....."

'늦둥이, 순둥이'로 놀림 받는 명하는 같은 반 친구 귀영이은 열 살 생일이 지나면서 형들과 실뱀장어를 잡으러 다니며 으쓱 대는 꼴이라니, 영 마뜩찮다. 그물을 갖고 물살이 센 소사천에 들어갈 자격이 만 열 살로 암묵적으로 정해지는 또래아이들 세계에서 자신만 아이 취급 당하는 것에 괜한 자존심이 상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집단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과 귀영이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작용하는데 사실감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아슬아슬 가슴이 뛴다. 혹여라도 소사천에 떠내려갈까 편하게 쇼파에 비스듬히 읽다가 자세를 고쳐 바르게 앉아 읽었다는.^^
작고 여린 실뱀장어나 아이들이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리면서 때론 혹독한 시련과 상처를 받겠지만 더 넓은 세계로 발돋움하여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성장하기도 전에 생태계가 무너지는 현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와서 크고, 다시 바다로 가야 할 뱀장어가 방조제에 막혀 나아가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은.....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성장에 방해를 하고 있는 것은 무얼까 한참을 생각하게 했다.
귀하고 귀할 늦둥이 명하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사랑은 뭉클했다. 잔소리 대신 먼 발치에서-하천 부지의 높은 어느 곳에서 항상 아들을 지켜보고 있었던 명하 아버지.
자식을 키우는 일에 부모는 지켜봐 주는 것이 중요한데 자꾸 뭔가를 대신 해 주고 싶은 조급증에 애 달아 하는 나 같은 부모는 쿵! 하는 소리가 이 대목에서 들렸다. 책을 덮고 나면 곧 잊고 말겠지만 이래저래 시기적으로 맞춤 맞아 여운이 여느 때보다 길게 메아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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