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에게 물린 날 푸른도서관 47
이장근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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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이 책을 처음 펼친 것은 저녁무렵 동네 공원에서였다. 
딸아이는 헉헉 열심히 줄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책을 펼쳤다.
첫번째로 실린 시가 바로 『줄넘기』였다. 깜짝 놀랄 우연에 곧바로 펼친 책을 그대로 딸에게 보여줬다. 믿지 못할까봐^^

청소년 시집이라고? 굳이 청소년시집이라고 밝힌 이유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정작 청소년들은 시집을 들춰보지도 않을 확률이 높은데. 그들에게 교과서 외에 실린 시를 보고 싶지 않은 이유는 시어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헤체하는 교육 시스템 때문은 아닐까...
어쨌든.
처음 실린 『줄넘기』와 『봄』은 동시와 뭐가 다르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도대체 동시와 청소년시의 차이를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턱걸이』를 읽는 순간 현실의 청소년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아! 이래서 청소년시집이라고 했구나, 싶어 처음에 가졌던 삐뚜루했던 마음이 풀어졌다.
『잃어버린 부호』에서 '언제부터인가 내 노트에서 느낌표가 사라졌다고'했다. 느낌표란 부호가 노트에서만 사라졌을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에 현재의 교육에서는 청소년들의 느낌보다는 성적을 강요하고 있기에 마음에서 지워진 것은 아니고? 느낌표 대신 별표 가득한 노트에 정작 중요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을 거스르는 까칠하고 삐딱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기도 하고 왕따에 대한 강도가 세어 지기도 한다. 그뿐인가 정해진 규율에 대한 반발이 생기고 해방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정말 잘 나타났다.
'조화처럼 책상에 앉아'라고 했듯 학교는 아이들을 억압하고 있어 가끔은 담을 타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뿐인가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경쟁의 구도에서도 아이들은 어디다 하소연 할 곳 조차 없다. 괜한 잔소리만 들어야 할 판이니.
차라리 『교통이용불편신고엽서』라도 쓰면 마음이 후련해 질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이에는 이>                                                                 <변신>
동민이는 욕쟁이다                                           클립의 한 부분을 눌러서 구부리면             
말의 70%가 욕일 거다                                       하트 모양이 된다
오늘은 수업 시간에 핸드폰 하다 들켰다               두 부분도 아니고 딱 한 부분
선생님께 뺐기는 순간
"에이 씨팔!"                                                   "열려라, 참깨!"
분위기 살벌해졌다                                          알리바바가 도적들의 보물 창고를 열었던 주문처럼
별명은 원시인, 무식하기로 소문난                     내게도 나를 변화시킨
생활지도부 선생님이었다                                 한 마디가 있다
핸드폰을 주먹도끼처럼 치켜들 때
동민이 움찔 두 손으로 머리를 막았다                 올해 처음으로 교사가 된 영어 선생님
쩍! 찍히는가 싶었는데                                     "믿는다!"
선생님 동민이 앞에 핸드폰 내밀며                     딱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10초만 줄 테니 네가 한 말 열 번 입력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문자로 보내라 하셨다
1초 넘어갈 때마다 일주일 압수라 하셨다
동민이 독수리보다 빠르게
12초 걸려 보냈다
다 끝났나 싶었는데
선생님 받은 문자
동민이 아빠께 보낸다 하셨다
안 보내는 대신
동민이 2주 동안 욕도 못하고
선생님께 충성하기로 했다


 <보호색>                                                                 <띄어쓰기 오류>

친구야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다
슬플 땐 울어                                                        성적표를 보시더니
내가 어깨 빌려 줄게                                              시무룩해진 얼굴로
내 앞에서까지                                                      말없이 들어가셨다
웃으려고 애쓰지 마                                               휴~ 살았구나 싶었다
네 웃음이 보호색이라는 거
알아 그러나 난                                                    학교에 와서 가방을 연다
천적이 아니잖니                                                  편지 봉투가 들어 있다
네가 울면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라는 내용과
같은 색으로 울어 주는                                          용돈 3만원
친구잖니                                                            아버지가 받은 일당의 절반이다
내가 바로 네
보호색이잖니                                                      아버지가 다시 보인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셨다

『띄어쓰기 오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모로서 조급해하지 않고 잔소리나 꾸중의 말 대신 저렇게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한다. 흔히 부모의 사랑을 '바다같이 넓고 깊다'고 하는데 그에 비하면 내가 표현하는 사랑은 많이 모자라다. 훌륭한 부모로서의 내공이 얼마나 시간이 흐르면 쌓이게 될까....
『나만의 답답증 해소법』에서처럼 자신들도 모를 청소년기의 혼란스러움 등을 통해서 또다른 아프고 상처를 드러내는 시들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만의 긍정적인 기운과 에너지로 분명히 반듯하게 예쁘게 사춘기를 보낼 것이라 믿는다. 
입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는 말로 "널 믿어" 라고 말해주고 싶다. 또한 엄마도 네 보호색이 되고 싶은데 안될까? 네가 조금만 그 자리를 내어 주면 좋으련만~

청소년 소설보다 짧지만 강력한 폭탄처럼 아이들의 마음이 전해져온다.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게 될 청소년 시집으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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