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고은옥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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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제목에 끌릴 때가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넌 한 번이라도 뜨거웠냐고 물어오면 난  열정적인 삶을 산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기 때문에 입을 꼭 다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라는 그 말이 아프고 한심하지만 그렇다고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반기를 들지도 못한다.
케냐를 포함한 아프리카의 역사는 미국사나 중국사 등에 비해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케냐의 마우마우 핏빛 투쟁을 알게 되면 분명 달라질 것이 틀림없다. 베벌리 나이두는 다른 책에서 나이지리아의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쓴 적이 있다. 작가가 이와 같은 소재의 책을 쓰는데에는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치하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나고 자랐던 까닭이다. 어떻게든 저항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작가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표지엔 흑인과 백인 소년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흑인 소년의 강한 눈빛에서 분노가 읽힌다. 케냐의 마우마우 투쟁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을 통해 불평등, 우정, 자유를 향한 뜨거움 등을 생각하게 한다.
수많은 역사를 되돌아보면 힘이나 정치적인 이유에 의하여 가려져있거나 잊혀진 수많은 역사들이 속속 면 위로 드러남을 마주하게 된다.이제껏 알지 못했던 것들, 지금도 여러 이유로 인해 은폐되거나 왜곡되는 역사가 얼마나 많을까 가슴이 시려온다. 진실 앞에 당당하지 못한 우리도 폭력의 가해자의 자리에 함께 심판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주방 토토인 흑인 소년 무고와 백인 농장주의 아들 매슈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둘은 상하 신분차이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당시 1950년대의 상황은 키쿠유족이 백인들에게 빼앗긴 땅을 되찾고자 결성된 반백인 테러집단인 마우마우의 습격에 불안에 떨던 백인과 흑인 사이의 갈등이 팽배하던 때였다. 사건은 매슈와 그의 친구 랜스에 의해 농장에 불이 나자 브와나는 무고와 바바에게 총구를 겨누며 이들을 의심하게 된다. 매슈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불을 냈다고 고백하지만 마우마우 색출에 혈안이 된 경관은 무고의 형이 관련되었다며 아버지를 강제수용소로 잡아 들인다. 이로써 무고와 매슈의 갈등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상처만 남는다.
'그들도 사람이고,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말이 처음부터 통 할리없다는 것을 책을 읽는 독자는 알 것이다. 어떻게 백인과 흑인이 같은 선상에 있을 수 있겠냔 말이다.
'지타우 형이 옳았어! 우리가 고통 받아도 와준구(다수의 백인을 지칭하는 스와힐리어)는 신경쓰지 않아. 그들에게 우리는 벌레야.'

후기를 보면 1960년 1월 비상사태가 해제되기까지 이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케냐 공화국이 탄생하고 초대 대통령이 선출된 것등을 간략하게나마 설명하고 있다. 마우마우가 40년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할 수 없는 단체로 남아있었다는 사실 등이 매우 흥미로운 가운데 과거의 유령들을 부활시킬 수 있기까지의 참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음을 알게 한다.
그럼에도 요시야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 불이 네 심장을 집어삼키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알겠니?"
온몸으로 뜨거움에 타오르는 불길을 어떻게 막아낸단 말인가.....
케냐타 대통령 또한 "용서하십시오. 우리는 과거의 증오를 잊어야만 합니다. 복수가 아니라 다 함께 힘을 합쳐 화합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라고. 
이성적으로야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 그게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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