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울지 마!
노경실 지음 / 홍익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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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포탈 뉴스의 제목에 '데이트 폭력 심각'이란 문구를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이슈가 되고 있지만  미드에서는 곧잘 다뤄지는 내용이기도 하다. 굳이 데이트 폭력이 아니더라도 성폭력의 대다수가 아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치원부터 이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말 그런 일을 당하는 순간, 힘에 제압 당하고 공포에 질려 정작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하지만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난 시체처럼 가만히 있었어. 그런데....어떻게 임신이 될 수 있어? 그리고 난....정말 억울한게 왜 나 혼자 고민해야 하는 거야? 그렇다고 다른 사람한테 말할 수도 없고...."
무이는 그렇게 학교 선배에게 당했고 선배라는 작자는 외국으로 떠났다.
열일곱의 소녀 무이는 임신의 징후를 느끼면서 힘겨워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어쩌자고 그런 일들이 너무나 흔하게 일어나는지. 10대 미혼모니 성폭력이니 하는 일들을 외면하고 싶지만 너무 가까이에서 허연 이들 드러내듯 무섭게 공존하고 있기에 그럴 수도 없다.
무엇보다 이 아이들에게는 부모 조차 쉽게 마음을 드러내 상담할 수도 없고 온전히 혼자 그 고민을 떠 안고 끙끙 댄다. 그러다 화장실에 아기를 낳아 버리는 일까지 심심찮게 뉴스를 통해 전해 듣는다.
원치 않는 임신이기에 무이는 뱃속의 존재를 괴물인 '에일리언'이라고 말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괴물에 대해 종교에서 말하는 생명 윤리니 하는 말들....은 나조차 용납되지 않으니 당사자인 무이에게 가당키나 할까.
'이 존재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합니다. 제발,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내 몸은 나 하나의 존재로만 있게 해 주세요, 제발....' 이라고 말하는 아이의 고통을 가해 자들은 알기나 할까.
엄마가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우리 사회는 다른 가족인 아빠나 오빠가 아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엄마와 나만의 비밀로 하자는데서 반발한다. 비밀, 선배라는 놈도 그랬다. 너와 나만 아는 비밀로 하자고.
"까불지 말라고 했지? 아래층에 있는 애들 다 올라오라고 해서 모두 보게 할까? 아니면 이 세상에 너와 나만 아는 비밀로 할까? 선택해. 올라오라고 해?"
대체적으로 이런 일은 여자 쪽이 창피해서 몰래 해결(낙태와 같은 방법을 취하거나 낳아서 입양을 보내거나)하려 든다. 과연 그게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일까? 무이가 말한대로 찾아가 죽이거나 그놈 인생을 짓밟거나 하는 식의 해결이 내 자식 편이 되어 주는 게 맞는걸까....혼란스럽다. 아니 심정적으로 충분히 그러고 싶고 그래야 할 것 같지만 결국은 또 딸가진 부모로서 상처가 덜 되는 쪽을 선택하겠지.
"왜 울어요? 내가 창피해서요? 엄마 인생관에 어긋나서요? 엄마 사회적 이미지에 영향 받을까 봐요? 그만 울어요. 당사자인 나도 잘 참고 있는데 엄마가 왜 울어요? 엄마가 왜? 염려 마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할게요. 수술하라면 수술하고, 열 달 동안 숨어 지내다가 아기 낳아서 입양시키라면 그렇게 할게요. 아니면 집안에 창피한 일이나까 집 나가라면 집 나가고, 죽으라면 죽을게요. 말만 해요. 엄마가 원하는 대로 다 할게요. 어차피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났는데 아무 욕심 없어요. 그러니까 엄마가 시키는 대로 착하게 다 할게요. 어서 말하라니까요! 어서요! 다 할게요. 다!"
그야말로 부모의 모습과 아이의 심정이 다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땅의 많은 10대 미혼모들의 마음과 그 부모들의 상처가 읽혀져서 참으로 아프고 아프다.

울지 말아라, 죽지도 말아라, 열일곱의 나이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어린 나이잖니, 그래서 좋은 나이잖니. 살면서 저지르는 실수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라. 죽지 않아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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