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는 눈 - 그림책의 분석과 비평
마리아 니콜라예바.캐롤 스콧 지음, 서정숙 외 옮김 / 마루벌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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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아이들만 보는 것!'이란 편견이 많이 깨졌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는 등식이 당연시 된다. 많은 경우 어른들이 그림책에 관심을 갖는 계기는 자신의 아이에게 좀더 퀄리티 높은 책을 읽히려는 마음에서 함께 책을 고르고 읽으면서 그림책을 선별하는 능력이 차츰 생긴다. 그러면서  이론적인 부분, 특히나 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그림책을 해석하는데 대한 욕구 내지 궁금증이 일어 그림책 이론서를 뒤진다. 나 역시 좀더 심도있게 그림을 이야기와 연결시키고 작가의 숨은 의도나 기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알고자 이론서를 읽거나 그것으로도 부족해 서양미술사 책을 꺼내 훑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한 때인지 자신의 자녀가 성장하면서 많은 부모들은 딱 거기서 그림책을 중단 시키기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나도 주춤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신간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참고서니 아이들이 자라면서 관심가지는 분야의 다른 책을 사 주다보니 그림책은 자연스럽게 밀려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그림책에 대한 이론서나 잡지를 구입하기. 그러나 갈증이 해소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림책 이론서가 나오면 눈길이 간다. 점점 그림책을 보는 어른들이 늘어가고 있고 관련 전공자들이 볼 수 있는 책이 많아지면 그림책에 대한 관심있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관심 분야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것이 결국은 독자들의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낳고 우리 그림책의 질을 높이게 될 거라 믿는다.
사실 일반 독자들이 그림책을 더 잘 보기 위한 방법을 위한 자리는 부족하다. 
한가지 방법으로 택한 것이 관련 이론서나 그도 아니면 그림책에 조예가 깊은 글 잘쓰는 블로거의 방문 정도라 하겠다.
그럼 <그림책을 보는 눈>에서는 어느정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깊이 들어갈까가 관건인데 이는 곧 독자의 수준이나 대상을 결정하는데 중요하다.
그림책의 분석과 비평이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고 가독성이 좋을리 없다. 일단은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용어의 정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도입부를 읽을 때 당황스러웠다. 너무 어려운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한 번 읽는 것으로 쉽게 맥을 잡기가 어려웠지만 내용 자체가 나 같은 일반 독자가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그러니 한번쯤 읽어 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그림책이란 특성상 글, 그림은 모두 시각에 의해 의미가 전달 되기 때문에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인물 중심의 진행방식 보다는 플롯 중심으로 진 되어야 하고 인물의 성격 묘사에 있어 외형적 묘사는 그림이 더 효과적이다. 예컨대 등장인물의 감성이나 정서를 전달함에 있어 선이나 색채, 디자인, 인물의 위치 등 복잡한 방식으로 보조한다.
'개는 아주 어린 유아나 마찬가지로, 독자의 공감을 일으킬 만큼 자신이 느낀 공포를 말로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개가 공포를 말로 분명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감정은 갖고 있다는 것이 그림에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44쪽)

최근 그림책의 경향이랄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메타픽션 형식의 그림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많은 비평서에서 메타픽션과 상호 텍스트성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러한 예를 책의 그림을 들여와 설명하고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독자가 수동적인 채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분명하게 인식하여 책 속으로 끌어들여 능동적인 상태로 만들어 독자와 작가와의 관계나 존재를 분명하게 인식시킨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반응도 제 각각 나타날 것이고 이러한 장치가 그림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전공자가 아니기에 이론적인 부분이 약했는데 메타픽션에 대한 이론을 이 책을 통해 곁가지를 많이 칠 수 있었다.

논의의 대부분은 그림책의 내용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뒤쪽으로가면 주변텍스트도 간과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설명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서사에 중요한 것은 표지, 판형, 제목, 표제지 등이 그에 포함된다. 개인적으로 그림책의 그림에 더 촛점을 맞춰 책을 고르다보니 그림이 글에서 정한 내용을 표현한 결과물이란 말에는 공감하지 못하겠다. 무엇보다 그림책이 글과 동떨어질 수는 없지만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가질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본다.
그림책을 보면 책의 앞뒤 표지나 면지가 어떻게 서사에 포함되어 작품 해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작가가 아무리 앞면지, 약표제지, 권두화 등을 통해 서사를 시작하거나 드러낸 책이라 하더라도 번역 과정에서 혹은 페이퍼백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화전되거나 빠지는 경우가 생긴다고 하니 우리나라 경우 번역서에서는 얼마나 그런 오류가 많이 발생할까 싶다. 편집자들의 역할과 역량이 그림책 시장에 있어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이 그럴진데.
앞에서 글 번역과 그림 번역에서 생길 수있는 오류를 글작가와 그림작가의 공조 체제에 의한 팀워크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편집자나 번역자의 팀워크도 배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에 실린 설명을 위한 그림책 소개나 컷의 이미지가 대체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가들이 많아서 그림책을 많이 접한 부모들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소개한 책들을 옆에 두고 바로바로 펼쳐 볼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도서관이라도 가까웠더라면~

우리나라에도 그림책에 대한 연구자나 이론가들이 대거 등장하여 그림책 시장이 한층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몇몇 이름있는 작가들의 작품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신인 작가들의 눈부신 활약을 할 날을 기다린다. 언제까지 우리는 손쉽게 원서를 사다 번역만 할 것인가....그럼에도 난 미출간 외서나 절판된 책 중 괜찮은 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니, 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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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1-04-2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그림책 작가에 대한 공부를 엄마들끼리 모여서 했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좀 놀랐던 건 우리 작가보다 외국작가에 대한 정보를 더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우리 그림책이 그 역량의 폭과 깊이를 확장해가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저런 책들을 만날 때마다 아직 멀었구나, 싶어지죠. ㅠ.ㅠ


희망으로 2011-04-22 11:46   좋아요 0 | URL
우리 그림책 역사가 짧다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그림책에 대한 인식 부족이 더 크지 싶어요. 우리작가로만 하기엔 충분한 분량이 나오지도 않을거고 구매로 이어지지도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