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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분홍 원피스 ㅣ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2
임다솔 지음, 정은민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예쁜 제목과는 달리 5.18 광주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빛은 치매 걸린 할머니 병구완을 하기 위해 엄마와 함께 억지로 끌려간다.
첫날 밤 곳간 속으로 사라진 외할머니를 쫓아간 나빛은 타임머신을 탄 듯 30여년 전으로의 여행을 한다. 광기와 피로 물든 광주에서 외할머니는 딸의 죽음을 목격한다. 그러나 나빛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이모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니까. 나빛은 밤마다 깨어나 곳간으로 가는 할머니 기억 속의 여행을 통해 당시의 사건을 그리고 엄마가 왜 그렇게 힘들어했으며 웃음을 잃어버렸는지를 알게 된다.
쌍둥이 언니의 죽음 이후 외할아버지는 홧병으로 돌아가시고 외할머니는 5.18민주화 운동이니 희생자 명예회복이다 하면서 엄마를 나몰라라 했던 것이다. 그것이 엄마는 상처가 되었고 광주는 다시는 떠올리기조차 싫은 잊고 싶은 단어가 되었다. 그러나 잊히기는 커녕 괴로움에 시달려 편두통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났다.
할머니의 조각난 기억의 퍼즐을 맞춰주고자 하는 나빛은 절뚝거리는 다리로 고물상 트럭을 몰고 다니는 밀짚모자 아저씨로부터 할머니의 한을 풀어낼 분홍 원피스를 찾게 된다. 밀짚모자 아저씨가 당시 현장에 있었던 군인이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럼 나쁜 사람... 절대 흑 아니면 백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의 잣대로 들이댈 수 없는 것이 30년을 괴로움으로 힘들게 살았다. 명령에 움직이는 군인이란 신분이었지만 차마 총을 쏠 수 없어 땅에 파묻었다. 군에 복귀한 아저씨는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맞아서 불편한 다리로 살았지만 광주 시민들의 무참하게 희생된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분홍 원피스의 주인을 찾아주고 장돌뱅이로 떠돌아 다니다 원피스의 주인인 할머니를 찾게 되고 용서를 구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광주에서 죽은 희생자만 힘들어 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
'그때 광주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제 정신으로 사는 게 이산한 거죠. 그날 광주에 있었으면서 두 발 뻗고 사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에요. 같은 동료 군인들도 그날을 잊지 못해 정신병동에 입원하여 힘겹게 사는 사람도 많아요. 제발 저희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너무 힘겨웠답니다. 사는 게 사는게 아니었어요. 눈만 감으면 광주시민들 주검들이 떨올랐어요. 통에 맞아 신음하는 모습이요.'
할머니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분홍 원피스를 찾고서야 편히 눈을 감는다. 그러나 현실은 분명 그렇지 못할 것임을 안다. 모두가 광주에서 자유로워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