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쪽
"한길아, 넌 평화를 지키는 데 군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게 혹시 전쟁과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해 두려워하도록 교육 받은 탓이라고는 생각 안 해?...." 

221쪽
"선생님은 잘 모르시죠? 꽃섬고개 아이들한테는 말이나 이성보다 주먹이 먼저예요. 어려서부터 그렇게 컸어요. 힘센 사람들 앞에서는 그냥 무릎을 꿇는 게 최고라는 걸 몸으로 배우고 살아요. 가끔 수틀리면 떼를 부리긴 하지만 그건 정말 그냥 억지지, 힘센 놈들과 맞서는 거는 아니거든요. 그냥 내가 안 다치기 위해서 적당히 참고, 적당히 눈치 보고 그렇게 살아요. 학교에서나 동네에서나. 저도 그랬구요. 처음엔 자존심도 상하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런 게 쌓이다 보면 그냥 무덤덤해지죠. 용만이도 그랬을걸요. 용만이는 애들한테 맞아도 웬만하면 잘 안 울잖아요. 울어도 소용없으니까. 그냥 애기 짓이나 하며 순간을 모면하죠. 그런데 용만이가 처음으로 용기를 낸 거잖아요. 왜냐하면 자기를 괴롭히기만 하는 경수한테 동병상련을 느낀 거거든요. 그 마음을 지켜 주고 싶었어요. 그냥 흐지부지하게 묻혀 버리면 용만이한테 뭔가 뿌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냥 또 참고, 회피하는 거만 배우는 거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나중에 형들이나 이재성 선생님한테 혼이 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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