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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세계사 - 음식, 인류 역사 1만 년을 가득 채운 그 달콤 쌉싸래한 이야기
주영하 지음 / 소와당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컴을 켜고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온라인 서점에서 책 검색하는 일이다. 그날도 저녁에 딸아이가 원하는 책이 있어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는 여전히 온라인 서점을 헤매고 다니다가 제목 때문에 눈에 확 들어온 책. 평소 세계사는 내게 너무 어려운 분야였는데 세계사와 음식의 결합은 당연 눈에 띄었다. 얼른 딸 아이를 불러, "이 책 정말 재밌겠지?"하면서 호들갑을 떨었고 딸아이의 반응 역시 예상했던 바와 같았다.
도착한 책을 보니 생각보다 분량이 적었고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먼저 읽은 아이는 뭔가 아쉬움의 멘트를 했다. 아무래도 세계사와 접목한 부분에 있어 깊이와 넓이 면에서 많이 들어가지 못했다. 두가지를 다 만족시키기엔 그래서 아쉬움이 남지 않았나 생각된다.
구성면에서는 아이들이 쉽게 접하고 아주 좋아할 음식 열 가지의 이야기를 꺼냈다. 빵, 치즈, 소시지, 사탕, 피자, 초콜릿, 햄버거....모두 아이들이 좋아할 음식이지 않은가. 더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내용을 떠나 세계사를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게 연결고리를 찾아 낸 기획의도는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싶다.
국가나 왕조 중심의 기존 역사책은 이제 식상하고 늘 같은 장소에 머누는 느낌이랄까. 한 마디로 재미없다. 그래서 제목에서 드러냈듯 맛있는 세계사에 대한 기대는 무지 컸다. 청소년 이상을 타깃으로 했다면 어쨌거나 더 깊이 있는 얘기였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기는 했다.
책에서는 어느 한쪽 지역으로 치우지지 않았고 재미도 있었다. 그중 내게 걸린 것 하나.
많은 부분 원래의 음식 발생지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발달해 전 세계로 퍼진 경우가 많다. 물론 피자가 이탈리아 음식이란 걸 알지만 피자헛이나 도미노 파자 헛과 같은 회사가 문을 열고 집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로 인해 세계인의 입맛을 장악하게 된다. 그 외에도 핫도그가 뉴욕 양키즈의 야구장 펜스에 광고가 붙어 이름이 널리 알려져 미국의 대표 음식이 된 경우도 그러하고 스위스의 월터 거번에 의해 만들어 진 가공 치즈의 생산방법의 특허권을 미국의 크래프트에서 구입해 우리가 자주 먹는 슬라이스 치즈를 대량 생산해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낸 것도 미국이다. 그러고 보면 미국의 상술은 놀랍다. 햄버거나 콜라에 미국의 힘이 담겨 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 되는 것과 동시에 힘의 논리는 참 많은 부분에 잠식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
저자는 음식과 세계사라는 영역보다 어떤 음식의 재료나 원료가 착취당한 노동의 댓가여서는 안 된다는 것과 또 그렇지는 않더라도 종교를 떠나 우리 입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는 과정을 생각해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상기 시키고 있다.
비록 지금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이 사라졌다지만 그들의 고마움을 이 책을 통해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길 바란다.
후속으로 <맛있는 한국사>가 책 날개에 소개되어 있다.
불고기의 원조격인 맥적이나 고추가 우리나라에 유입되면서 절임의 음식이 지금 우리가 먹는 빨간 김치의 형태를 갖췄다는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딸냄의 말마따나 어떤 음식을 다뤘을지 먹는 걸 무지 좋아하는 우리 모녀는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