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두 딸의 발칙한 데이트
정숙영 지음 / 부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엄마가 되고 보니, 또 한편으로는 딸이고 보니 이런 책의 제목이 마음을 붙든다. 아니 더 솔직히는 제목을 보고 엄마를 떠올리기보다는 내 딸과의 데이트를 꿈꿨다는 게 더 정확하다.

서른 전후의 처자인 정숙영과 정지영, 두 딸은 엄마와 데이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겨우(?) 서른쯤의 여인들이 마흔을 넘긴 나 보다 훨 낫다. 어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을꼬. 한긴 나이가 뭔 상관이겠냐만은 대체적으로는 엄마를 생각하는 게 결혼 전후가 많이 다르지 않은가. 

그녀들이 엄마를 모시고 다닌 코스에 동행해 본다. 나와 친정엄마, 거기에 동생까지 끼면 더 없이 좋을 완벽할 그림을 그린다. 이 그림이 그림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처음 내가 딸과의 데이트를 꿈꿨지만 책을 읽는 동안엔 내 딸은 저 멀리 떨궈져버렸다. 딸 대신 내가 딸이 되어 엄마와 함께 행복한 데이트를 꿈 꾸게 만든다. 애초의 기대는 깨어졌지만 대신 간절함은 더 해 갔다.

책 속 그녀들의 엄마인 최 여사는 나의 엄마처럼 밖에서 돈 내고 먹는 음식 앞에서 타박을 하기 일쑤였다. 이런 걸 돈 주고 먹냐느니, 돈이 썩었냐느니...하지만 기운이 딸려서인지 엄마가 어느 순간 변했다. 물론 최 여사 님처럼 아직도 고기보다는 보리밥에 나물 같은 것을 더 좋아하시긴 하지만 이젠 전 처럼 타박하지 않으신다는 것은 커다란 변화였다.
그랬다. 엄마의 변화도 있었지만 딸들에게도 변화는 있었다.
다시 내 엄마를 떠올리면 무엇이 하고 싶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취향이신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내 새끼들이 뭘 생각하고 뭘 좋아하고를 아는 것에 비해 부모가 좋아하는 것을 부끄럽게도 거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길고 길었던 겨울도 봄의 기운에 밀려가고 있다. 엄마의 팔과 다리도 이젠 거동하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나으셨는데 엄마랑 데이트 계획을 세워볼까 한다. 목에 갑상선 수술 자국을 가릴 화사한 스카프 한 장 사서.
내가 딸에게 뭔가를 기대하기 전에 먼저 내가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 어느 순간부터 자식의 눈에 비칠 내 모습이 어떨지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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