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0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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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지금의 나와 십 년 뒤의 나를 만나는 일은 썩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맘에 들지 않는 나를 똑같이 비추는 거울을 본다거나 너무나 정나라하게 찍어 놓은 사진을 보는 것과 같이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못생긴 것들을 그대로 봐야 하는 일과 비슷한 경험이 아닐까.

주인공 오예슬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가다 기류 이상으로 10년 후의 미래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나, 오예슬을 만나는 조금은 식상할 법한 설정이만 미래의 내 모습이 궁금해 금방 책 속으로 빠지게 했다. 가벼운 문체와 외모를 목숨(?)처럼 중요시 하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잘 캐치 해 냈다. 확실히 요즘 나오는 청소년 소설을 보면 통통 튀는 대사와 직설적인 화법이 그들만의 문화이자 매력이겠지만 마흔이 넘은 아줌마에게도 통하는 것 같다. 나이듦에 따라 에둘러 말하거나 말 뒤에 숨은 뜻이 뭘까, 하는 심각한 고민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고 책을 읽는 순간 만큼만이라도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작용하지 싶다.^^

공항 면세점 구경에 나선 오예슬이 화장품 코너에서 뚱뚱한 여자가 내 뱉은 "넌 얼마나 자기 관리 잘하고 사는지 두고 보자!"라고 했던 말이 책에서 큰 역할을 하리라 짐작했는데 역시 10년 후의 오예슬은 10년 전 100미터 밖에서도 눈에 띄는 퀸카의 모습과는 달랐다. 그 모습에 실망해 열일곱의 오예슬은 "당신 왜 그렇게 살아요?"라고 묻는다.
누군가가 내게 "당신 왜 그렇게 살아요?" 하고 묻는다면 난 뭐라고 해야 하나 참 난감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내가 만약 십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하는 생각은 훨씬 자유롭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테고 지금과는 다른 길을 가고자 할 테니.
이 둘은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 같은 사람이지만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사는 자신에게 미래를 위해 손을 잡는다. 

평소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일이어야 하고 그런 것이라면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내 생각을 전했더랬다. 그래야만 그 과정이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참고 견딜 힘이 있을 테니까.
그러나 현실의 많은 아이들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타인, 즉 부모의 바람을 대신 살거나 잘 보이려고, 그것도 아니면 아무런 꿈도 꾸지 않는 아이들을 본다. 그로인해 나를 지키려고 내세웠던 자존심이 독 묻은 화살이 되어 나를 찌르는 무시무시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미래의 내 모습이, 내가 원하는 삶이었든 아니었든 조금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한 27살의 오예슬은 현재의 자신에서 도망치지 않기로 한다.
"뭣이 되어야지만 무엇을 가져야지만 행복해지는 거라면 난 그 무엇이 되지도, 그 무엇을 갖지도 않을 거야."
이는 곧 그럴싸한 뭔가가 아니더라도 노력하는 과정을,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기지개를 켜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리라. 27곱의 오예슬은 신나고 가슴 뛰는 일을 하기 위해 무대위에서 당당히 워킹을 한다.

어쨌든 어른인 우리들은 가끔 청소년들을 보면서 저 아이들은 도대체 삶에 대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진한 고민을 하기나 하는지 한심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들도 늘 생각없이 사는 게 아닌가 해도 나름의 진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을 가끔이지만 자식을 키우며, 혹은 책 속에서 만난다. 그럴때마다 이 아이들에게 나는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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