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내가 원치 않아도 반올림 18
이상운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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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학부모라면 우리의 교육에 대해 불만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안다. 지금의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선두에서서 아니 저자가 말한 학부모 10만 명만 뭉칠 수 있다면 못할 게 없겠지만, 학부모 10만 명은 절대로 뭉치지 않을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벼랑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발을 딪고 서 있다. 튼튼한 줄로 당겨주지는 못할망정 우리는 더 앞으로 밀어버리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이미 우리 사회의 도덕은 땅에 떨어졌고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말한다. 공부, 오로지 성적만으로 판단하는 사회에서 인간성이니 효자니 사회성이니 하는 것들은 필요 없는 것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주위 친구 중 상위권에 드는, 그야말로 전교 1등하는 아이들을 보면 싸가지가 없다고 했다. 자신의 딸도 마찬가지고. 그만큼 우리는 공부만 중요시 해왔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기도 한데 참 뭐라고 거들어 줄 말이 없다.

한때 싸움꾼이었던 현태와 과학고를 목표로 한 범생이 지훈이가 서로를 통해 자신을 돌아 본다. 전혀 어울리지도 않을 것 같은 두 아이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교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들이다.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하며 현태의 서술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결말도 어정쩡한 미완으로 끝난다.

요즘의 청소년 성장 소설들이 그렇듯 내용 자체가 묵직하다. 아이들이 마음 편히 웃을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인 성적이 턱 하고 가로 막고 있다.

현태야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하얀 얼굴의 지훈은 얼굴만큼이나 투명한 유리 상자처럼 조심스럽다. 언제 깨질지 모르고 조그만 충격에도 견디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 쉽사리 떠나지 않는다. 갖출 것 다 갖추고도 이렇게 불행한 삶을 사는 지훈이는 오로지 성적때문에 불행하고 우울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쉽게 말하는 나약함일까?....과연 그럴까...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을 언제까지 벼랑 끝에 세워둬야만 할까?

그래서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청소년 독자보다 어른들이, 특히 자식에 대한 넘쳐 흐르는 사랑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엄마'들이 읽어 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나는 아닌데...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아이들도 나도 안다. 대놓고 말하지 않더라도 내 말 속에 '좋은 성적을 내라'는 말이 은근히 포함되고 있음을. 공부를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 성적에 초연해 지기가 쉽지 않은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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