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사계절 1318 문고 66
황선미 지음 / 사계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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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나서 표지의 커버를 벗기니 그제야 제목의 꺽다리 집의 실체가 정나라하게 드러났다. 사실 그림이 아니었더라도 그 허술한 판잣집을 그려내는 것은 너무나 쉬웠다. 도랑 위에 집을 짓자니 각목을 받쳐 바닥을 만들어 판자를 이어 붙인 허술하기 짝이 없는. 초라하고 우스꽝스럽게 공중에 뜬 꺽다리 집.
한참 새마을 운동이니 지붕개량이니 해서 도시나 변두리 등의 많은 집들이 철거되는 것을 정치적 논리를 앞세웠던 적이 있었다.
근대화라는 허울 좋은 말로 추운 날 집 밖으로 쫓겨난 사람들....조국 근대화보다 썩은 초가지붕이 더 필요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을 거다. 그들을 잊고 있었던 거다. 작가는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에서 위태롭게 서 있지만 그 집이 누군가에겐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집이라는 평범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사실을 전달한다. 바로 집엔 피붙이를 나눈 가족들이 함께 옹송거리며 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개발과 성장 속에서 가족의 의미가 점점 느슨해지고 파괴되어 가는 때이기에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에 좋을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 내용이 아니더라도 사건을 끌고가는 힘과 개연성 등이 탄탄하다.

책을 읽기 전엔 작가의 이름과 첫 청소년소설이란 점에 끌렸다. '청소년소설'이란 말에 밑도 끝도 없이 바로 '성장소설'과 연결 시켰다. 전반부를 읽으면서도 그랬고. 그래서 출판사의 홍보 문구에 너무 현혹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소위 성장소설로 분류되는 책들이 비슷비슷한 소재로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왜 어린이 책 작가로 손꼽히는지.^^

현대 사회는 콘크리트와 철근의 단단한 재료로 집을 짓지만 물리적인 것이 아닌 내면에 내린 집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게 땅 속 깊숙이 박혀 있는지 생각해 볼 때다.
그래서 책 뒤쪽에 '당신 집의 뿌리는 단단합니까?'라고 묻고 있다.
나...이 말에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겠다. 매일 아들놈에게 윽박지르고 다정한 눈길을 보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내 집의 뿌리가 단단하다고 할 수 있을까.... 

( 152쪽 '다른 사람들은 낮에 흩어졌다가도 밤이면 한집에서 모여 자는데 우리에게는 그나마도 어렵다. 이렇게 어두운 밤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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