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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ㅣ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푸른문학상 동화집이란다. 무슨무슨 문학상이란 문구는 내용은 제쳐두고 일단 소재면에서 기대된다. 7편의 단편집의 신진 작가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인지 이렇게 직접 얼굴을 대면하지 않아서 맘껏 표현할 수 있어서 더 좋은가보다.^^ 그러나 기대했던 그런 아주아주 신선한 소재로 풀어낸 글은 아니었다. 안다,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작업인가. 글을 쓰는 작업이 머리를 쥐어 뜯어야 할 만큼 힘든 일이란거.
<일곱 발, 열아홉 발>은 이기적이고 나만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의 위치를 가지고 싸우는 어른들의 영향으로 아이들까지 학원 버스 타는 곳의 위치가 내가 더 가깝냐 네가 더 가깝냐를 가지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이게 다 어른들 탓이다. 애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된다는 말이 무색하다. 거꾸로 어른 싸움이 아이들 싸움으로 번졌으니 부끄러울 뿐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내가 마음 쓰인 것은 어른들이 무심코 내 뱉는 말들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하고 싶다.
"그딴 거 붙이면 뭐 하니? 투표를 해야지. 대통령도 투표로 뽑는 거 몰라?"
현주는 쌀쌀맞게 말하고는 쌩하니 가 버렸다. 쟤가 언제부터 저렇게 말을 잘했지? 분명히 엄마가 하는 말을 듣고 앵무새처럼 쫑알대는 걸 거다.(27쪽)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예민해서 어른들이 무심코하는 말이나 행동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걸 알기에 엄마들끼리의 전화 통화도 가급적이면 아이들이 없을 때 하려고 한다. 내가 누군가를 헐뜯고 비난하는 식의 말을 했을 때, 내 아이가 듣는 걸 원치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들은 그런걸 귀신같이 잘 듣는다. 그렇다면 그 아이 입에서 나올 말도 뻔하지 않은가 말이다.
쓰레기통의 위치나 학원 버스 서는 곳의 위치를 정말 '공평'하게 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공평가지고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 일이다. 공평이 아니라 배려와 양보만이 타협에 이를 수 있을 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도서관 길고양이>는 자칫 따분하고 지루할 수 있는 공간을 추리소설 기법의 형식을 빌어 쓴 작품이라 흥미롭다. 사서인 엄마는 다미가 도서관에서 일주일을 있게하여 책과 친해지게 하려는 명확한 의도하에 내기를 한다.ㅋㅋ 모든 엄마들이 어떤 일이건 이와 비슷한 얄팍한 계략 내지는 계산을 해보지 않았던가. 나도 도서관에 책이 들어오는 날이면 울 아들을 데리고 가 책도장이라도 찍으라고 시켜보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울 아들, 책과 친하지 않다.ㅠㅠ
다행히 다미는 엄마의 의도가 성공하지만 말이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길고양이와 도서관. 호흡이 짧아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더라도 지루해지기도 전에 끝날 분량이니 읽기가 수월하지 않을까. 그래서 빠른 전개가 단편의 매력이기도 한 게 아닐까^^
그 외에도 <대장이 되고 싶어>, <겨드랑이 속 날개>, <엘리베이터 괴물> 등 모두 일상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제재로 아이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이들의 활발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