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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ㅣ 푸른도서관 39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일요일, 가족과 교보 나들이를 갔다. 딸은 아빠와 손을 잡고 다정히 걷고 난 아들놈 옆에서 슬쩍 팔이라도 꿰찰라 싶으면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걸으려 한다. 미운넘.
스스로 외톨이를 자처하는 겐지, 곁을 두려하지 않는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때 이 책의 제목이 생각났다. 그리고 '외톨이야~ 외톨이야~'하는 노래의 한 소절이 맴 돌았고.
흑백의 일러스트가 청소년 소설임을 완곡하게 드러내고 있다. 반항기 가득한 저 눈빛은 또 어떻고.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눈에 힘을 팍 주고 단단히 방어벽을 쳐도 안다. 니들이 외톨이를 자처하지만 실은 여리고 말랑말랑하여 외로워 한다는 것도. 그러니 눈에 힘 좀 빼라^^
청소년 대상의 책, 그것이 소설이든 인문 쪽이든 뭐든 반갑다. 왜? 우리집 아이들의 얘기 일 테니까. 그래서 신간에 뜨기만 하면 무조건 리스트에 담고 본다. 당장 구입해서 읽지는 않더라도 빌려서라도 보려고. 특히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아들녀석의 경우엔 성이 다른지라 그 마음을 짐작하기가 더 어렵다. 대부분의 육아서는 유아나 어린이 대상이고 청소년 심리를 다룬 책은 그보다 적을 뿐더러 남자아이만이 가지는 심리적 상태에 대해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러니 이런 책이라도 읽지 않으면 내 아이나 청소년의 심리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이해하게 될 테니까. 최소한 헉~ 하고 놀랄 일이라도 면해보려고.
푸른문학상 수상작과 역대 수상작가의 작품 세 편의 단편을 묶은 얇은 책이다.
<외톨이>는 폭력이 단순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삥을 뜯는 행위나 친했던 친구를 때려야 하는 일 등은 사실 남자 아이들 사이에서는 드문 일도 아니란다. 그렇기에 여자인 엄마는 도대채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어린이나 청소년 대상의 대부분의 책들에서 주인공이 여자로 설정되어있다. 그래서 앞서 얘기했듯 아들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어려웠다. 아마 대표적인 남자 주인공 소설은 완득이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 책은 표지에 남학생이 떡하니 그려있어 더 반가웠다. 마찬가지로 책에서는 자신이 외톨이로 남을까 두려워 친구를 외톨이로 만든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아이들이 너와 나를 뜯어말렸다. 너는 키만 컸을 뿐 고무줄처럼 가늘고 매가리도 없었다. 반면 내 뼈는 굵고 단단했다. 그걸 확인하면서 너를 외톨이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17쪽)
'아이들은 내 주먹을 믿고 나중에는 무얼 요구할까? 갑자기 움켜쥔 내 주먹이 외톨이처럼 느껴졌다.' (31쪽)
이렇게 우리 청소년들의 일탈이 빈번해지고 잔인해지는 것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경쟁으로만 몰아가는 입시 스트레스도 한몫 크게 하고 있을거라 생각된다. 극에 달한 힘겨움을 왜곡되게 표출되고 있는데 이런 아이들을 감싸안아줄 사회적 시스템은 커녕 집도 편안한 안식처가 되지 못하고 있으니..... 경제적인 이유로 엄마들조차 집 밖으로 내몰고 아빠들은 아빠들대로 직장에서 잘리지 않으려 고군분투하고 사춘기 아이들과의 대화란 극히 드물다. 각각 독립된 방 하나씩 차지하고 그 방으로 들어가 문닫으면 단절만 남을 뿐이다. 가정공통체가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아이들은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벼룩처럼 외톨이를 경험하게 된다.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또 다른 작품인 <캐모마일 차 마실래?>는 봉사활동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고 <한파주의보>는 앞의 두 작품보다 유쾌하다. 덜 진지하거나 가벼워서는 아니고 해피앤딩이었다는 점과 한겨울 얼어붙은 하수도마냥 냉랭했던 엄마와의 관계가 흥미진진하게 풀어지는 전개가 매우 흥미로웠다.
한파주의보까지는 아닐지라도 까칠 중딩을 키우는 아들과 나와의 관계가 차가워질까 늘 염려스럽다. 에휴~ 자식키우기 정말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