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 세용그림동화 6
우치다 린타로 글, 아지토 게이코 그림, 강방화 옮김 / 세용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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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엄마가 수술을 하셨다. 경황없이 수술실로 들어가시는 엄마 손을 잡아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수술실 앞을 두 시간가량을 서성였고 수술실 문이 열리고 막 마취가 깨어 아프다는 말과 함께 엄마는 당신의 엄마가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그랬다. 내가 아프고 힘들때 젤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엄마이듯, 울 엄마도 엄마가 젤 먼저 생각났을 것이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무척 당황스러움이었다. 참 미련하다. 결혼 후 엄마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음에도 아직도 엄마의 마음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하고 있는가보다.
더구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더욱 그랬을터.
결혼후 엄마는 친정과 멀리 떨어진 서울서 생활했으니 문득문득 보고 싶고 그리웠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겠지. 아이를 낳을 때도 그랬을거고 어려운 일이 닥치거나 자식을 결혼시키면서도 그랬겠지.
60이 넘은 울 엄마에게도 '엄마'라는 이름은 결코 변하거나 퇴색되지 않고 늘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데 그걸 단 한 번도 헤아려 본 적이 없었다.
출혈이 많아서 더 아팠을 엄마. 그 고통에 '엄마 보고 싶어...'하고 주주룩 흐르는 눈물을 닦아 드릴 수 없었던 나는 각티슈에서 톡~ 소리가 들리도록 힘껏 두어장 뽑아 동생에게 건넸고 나는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이 보일까 부끄러웠다.
그랬다. 엄마라는 이름은 누구에게건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진다. 말로 설명치 못할...단순히 피를 나눈 관계라고 하기에도 많이 부족하다.
40이 넘은 내 감정도 이럴진데 엄마가 없는 아이들이 느낄 허전함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이해할 수 있다거나 짐작이 가능하단 말은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기 곰은 그래서 어린 시절 슬픔밖에 몰랐다며 늘 슬픔의 밑바닥에 혼자 웅크리고 있었다고 시작되는 그림책은 그림도 글도 너무 우울하다.
일반적으로 그림책이라고 하면 생기넘치거나 웃기거나 즐거워야 한다는 보편적인 틀을 깬다. 자존감을 키우기 위한 그림책도 트렌트처럼 번지고 있지만 이렇게 그림책에서 엄마의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 이 책. 날 또 한 번 당황케 한다.
타이밍 한 번 끝내준다. 그러잖아도 눈물 많은데 하필이면 엄마 수술 하신지 얼마됐다고 이런 책이 걸릴게 뭐람.

빈 집에 혼자 있기 싫어 비가 내려 온 몸을 적셔도, 어깨에 눈이 하얗게 덮여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채 슬픈 표정의 아기 곰. 그리움에 밤하늘을 올려다 보는 아기곰을 나도 아프게 쳐다본다. (그러고보니 기쁘거나 행복할 때 밤하늘을 바라보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아기곰처럼 그리움과 슬픈 사람들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히는 경우가 훨씬 많겠구나...)
어른이 된 아기 곰에게 가족이 생겼다. 그럼에도 늘 슬픔이 밑바닥에 웅크려 있어 표정은 여전히 우울하다.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가 된 곰은 어느날 딸이 아기를 끌어안고 빰을 비비는 모습을 보며 와락 눈물을 쏟는다. 이제야, 이제서야 엄마에게 '엄마,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라며 젊어서 하늘의 별이 된 엄마에게 용서를 빈다.
내 슬픔이 커서 그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원망도 했을테고 때론 엄마 곁에 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겠지. 그래서 눈물을 쏟으며 용서를 비는 거겠지... 

'나는 그 때서야 알았습니다. 나보다 훨씬깊었을 엄마의 슬픔을.
어린나를 남겨 두고 가야만 했던 엄마의 슬픔을.'(24쪽)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결국 내가 죽을 때가 되어야만 깨닫게 될까. 할아버지가 되서야 곰은 엄마가 나 보다 더큰 슬픔으로 세상을 등져야 했음을 안다.

아~ 그럼 나는 어떻게...늘 걱정거리 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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