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판이라 검색이 안된다.-.-;;

시집간 딸들에게 친정엄마만큼 애틋한 존재가 세상에 또 있을까? 소중하고 소중한 친정엄마에게 그 마음표현 한번 속 시원하게 해본 달이 과연 있을까? 하지만 딸과 친정아마는 그저 마음으로 다 안답니다. (여는 글에서)

난 엄마 딸인데 왜 엄마 마음의 십분의 일도 못 따라 가지? 엄마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데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엄마가 아니어서 어떡해? 엄마, 그래도 나 예뻐? 보기도 아까울 만큼 그렇게도 예뻐?(23쪽)

“놔, 이 거지 같은 새끼야. 이 꼴 당하게 하려고 나를 너희 집에 데려왔니? 왜 이렇다고 얘기 안 했어? 나 바보 만드니까 좋으냐, 좋아? 니네 집이 얼마나 잘났길래 남의 집 귀한 딸 첫 대면에 이런 모욕을 줘? 내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알아야지. 내가 여기서 이런 꼴 당한 줄 알면 우리 부모 피 토하고 가슴 쥐어뜯다가 죽어, 알어?”(43쪽)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한 엄마와, 엄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지내다가 세상에 나오라고 무진장 애쓴 나와, 이렇게 우리 둘이서 우리 식으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나는 언제부턴지 내 생일이면 엄마에게 조금씩 돈을 부친다. 그리고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한다.
“엄마, 이 삼복더위에 나 낳느라 고생했지? 내가 돈 조금 보냈으니까 시원하고 맛있는 거 사 드셔.”(132쪽)

엄마가 ‘괜찮다, 나는 이게 재미다’하면 난 다 믿어버린다. 아니 다 믿고 싶다. 왜? 내가 하기 싫으니까.
그런데 이제 나이 마흔을 바라보고, 엄마의 굽은 등을 보며 생각한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돈봉투 대신, 내 손으로 끓인 미역국으로 생신상 한 번 차려드리고 싶다’고. 엄마는 정말 여러 해 동안 내 생일상을 차렸다. 그것도 정성껏. 마음속으로 딸의 행복과 무병장수를 빌며.(130쪽) 


-엄마 미안해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힘들 때 왜 날 낳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해.
엄마 새끼보다 내 새끼가 더 예쁘다고 말해서 미안해.
언제나 외롭게 해서 미안해.
늘 나 힘든 것만 말해서 미안해.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딸 자주 보여드리지 못해서 미안해.
늘 내가 먼저 전화 끊어서 미안해.  

친정에 가서도 엄마랑 안 자고 남편이랑 자서 미안해.
엄마의 허리 디스크를 보고만 있어서 미안해.
괜찮다는 엄마 말 100퍼센트 믿어서 미안해.
엄마한테 곱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잘나서 행복한 줄 알아서 미안해.
늘 미안한 것 투성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미안한 건
엄마, 엄마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건
엄마가 아니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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