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9
이규희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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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위안부 실체를 처음 밝힌 황금주 할머니의 실재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읽으며 그 명칭이야 차치하고 더 일찍이 나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일부에서는 종군이란 단어엔 ‘자발적‘임을 포함하고 있어 ’일본군위안부‘라고 해야 옳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그분들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아닐까.

 

주인공 은비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자신이 낯선 남자로부터 끔찍한 성추행을 당하게 되는 것과 연결하여 그 일은 자신의 잘못이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나쁜 기억을 치유할 수 있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날아라 금빛 날개를 타고/고혜정/소명출판>가 떠올랐다.

꼭 읽히고 싶은 책인데 그 강도가 너무 세서 망설였던. 살 떨리도록 끔찍한, 너무나 사실적인 이야기에 휘리릭 책장을 넘길 수 없었던.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어린이들이 읽기에 적당한 무게감과 볼륨으로 금방 읽힐 만하다.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에서 집회를 갖는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 수차례나 들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는데 강도 높았던 책을 읽었을 때도 들지 않았던 생각이 불쑥 튀어 올랐다. 꼭 한번이라도 집회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그놈들에게 복수 하는 거라던 할머니들은 이제 하나 둘씩 세상을 등지고 있다는 사실 앞에 그렇게라도 해야 무거운 맘이 덜어질 것 같다.

“아니다. 그냥 슬퍼서 그래. 오래오래 같이 살며 억울한 일 다 잊고 좋은 세상 살자던 친구 하나가 떠났거든. 이렇게 하나둘 떠나가면 우린 결국 모래알이 다 빠져나간 빈 모래시계가 되고 말 거야. 그렇게 되면 모두 다 잊히고 말 텐데. 아무도 우리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를 텐데.”(91쪽)

할머니, 할머니들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기억할게요.
작가 후기에서 밝혔듯 이 책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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