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도망쳤다! 미래의 고전 19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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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란 장르가 번역서만이 제대로 그 재미를 전달할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요즘 국내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반갑고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은영 작가는 이전 작품 <주몽의 알을 품어라>에서도 역사를 모티브로 판타지물을 잘 썼던 것으로 기억된다. 시공간을 아주 넓게 쓴다고 하겠다. 바로 그 점이 판타지의 매력인데 그것을 잘 이용한고 할 수 있다.

집이 움직인다는 설정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워낙에 콕 박혀 있어 얼마나 극적 재미를 끌어갈 수 있을까, 조금은 염려 되었다. 그 외에 김려령의 <요란요란 푸른아파트>정도가 집을 의인화한 것으로 생각났다.

이 책은 세 아이를 주인공으로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고 움직이는 것은 물론 집의 크기가 커지거나 반대로 작아지기도 한다. 또 감정을 벽지의 색깔로 나타내거나 글씨로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서는 빠른 화면 전개가 무수히 전개된다. 이런 책을 보면 늘 하는 생각이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겠다, 인데 이번에도 그랬다. 맨날 너무 똑같은 생각을 한다고 나 자신을 탓하려 했는데 뒤쪽에 실린 아동청소년 문학평론가 역시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니, 탓하려던 생각이 저만치 달아난다.ㅎㅎ

줄거리나 책의 내용이야 도서소개에 상세히 소개되었고, 신경 쓰이게 한 세 명의 아이 중 마음을 아프게 한 범수.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간 엄마를 그리워하고 자신은 그 상처를 들키지 않으려 친구들의 돈을 빼앗으며 폭력을 사용하고 힘센 중학생 형들과 어울려 다니며 말썽을 일으키는 문제아로 낙인 찍혔다.

힘이 없어 사랑하는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범수가 문제를 일으키는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의식 저 밑바닥에 깔려 있었을 테니.

“그래. 그래. 그래서 내가 넌 이해 못할 거라고 한 거야. 있잖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강해져야 할 때가 있다는 말은 네 세계에나 해당되는 거야.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선 소중한 것 따윈 없어. 그저 살아남는 게 중요할 뿐이지. 그렇기 때문에 강해져야 하는 거야. 아무도 날 지켜 주지 않으니까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어. 내 세계에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해져야 만해.”

이유 없는 반항이나 일탈은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게 원하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왕빛나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범수는 변한다. 남을 괴롭히는 것이 신나고 즐거웠는데 그것이 강해지는 것이라 생각했고 나중에는 아버지를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한순간 자신이 그토록 끔찍이 싫어하는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범수는 친구들의 우정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찾게 되어 그나마 마음이 가벼워졌다.

범수야 꼭 네 스스로의 힘으로 희망의 집을 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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