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없는 토끼 꼬마 그림책방 28
클라우스 바움가르트 지음, 틸 슈바이거 그림, 김영진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그림이 예쁘진 않지만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표지의 그림과 제목을 보고 토끼가 귀하나 없다고 물개처럼 보여 손으로 쓰윽 귀를 그려보았지만 전혀 토끼가 연상되지 않았다.

평소 생각의 울타리를 넓게 친다고 생각했고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라도 노력했건만 그건 생각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하단 걸, 생각과 몸이 일치 하지 않음에 좌절한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여름밤 놀이터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지체장애 아이 하나가 덩치도 있는 남자 아이가 돌진하다시피 해서 안겼다. 아이의 느닷없는 행동에 깜짝 놀랐다. 밀쳐내지는 않았지만 꼬옥 안아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그날 밤 많이 울었다. 그리고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이 사건이 내겐 잊혀지지 않고 가슴에 묵직하게 남아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얹혀 있어 그랬지만 이후 다른 건 몰라도 장애 아동을 위한 봉사로라도 내안에 얹힌 그 일을 덜어내고자 했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떠오른 걸 보면 아마도 쉬이 기억에서 지우내지 못할 듯하다.

어쨌거나 <귀 없는 토끼>도 남과 다르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냉대 받는다.

“왜?“ 하고 따져 묻고 싶다. 왜?, 왜?, 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비록 귀는 없다지만 토끼들이 하는 건 뭐든 다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아무도 귀 없는 토끼와 친구가 되려고 하지 않으니 늘 혼자일 때가 많은 토끼가 시소에 혼자 앉아 있는 뒷모습이 찡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느 날, 귀 없는 토끼 집 앞에 놓여 있는 알을 발견해 한다. “알을 주웠어요! 잃어버리신 분, 연락 주세요.” 란 쪽지를 온 동네에 붙이지만 오히려 토끼를 놀려대며 비웃는다.

결국 알을 가지고 집으로 온 귀 없는 토끼는 알에서 태어나는 동물은 귀가 아주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날부터 귀 없는 토끼는 어딜 가나 알과 함께 하며 정성을 쏟는다. 알이 점점 커져감에 따라 데리고 다니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다 알을 놓쳐 깨지고 만다.

“삐악” 하고 알에서 나타난 것은 귀 달린 병아리 한 마리.

이제 귀 없는 토끼는 귀가 없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친구가 생겼으니까.

다 괜찮은데 숨바꼭질 할 때면 귀 없는 토끼보다 귀 달린 병아리가 불리한 우스운 일이 생긴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타인의 눈길에서 지옥을 경험 한다‘고 했다. 이 말이 딱 어울리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장애인을 대할 때 힐끔거리거나 혹은 그러지는 않더라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애써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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