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입니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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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입니까 ㅣ 사계절 1318 문고 62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10년 4월
평점 :
중국작가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 딸애가 유독 재미있다고 반응을 보이는 작가의 작품이다. 제목을 보곤 호기심이 일었으나 곧 <열혈 수탉 분투기>의 작가란 내 설명에 두어 시간 만에 킥킥 대며 후딱 읽어버린 책이다. 읽으면서 카프카의 <변신>같다는 말에 풍자와 위트에 탁월한 그의 글이 기대됐다.
개 같은 세상에서 진짜 개의 눈에는 얼마나 더럽게 보일 것이며 또 얼마나 비웃고 조소를 날릴 것인가, 뭐든 적당히 타협하는 우리 인간들을 신랄하게 써줬으면 하는 맘이 어느 때보다 컸다. 시원한 탄산 음료수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말이다.
화자인 개는 할아버지가 말한 창구-인간 세상으로 통하는 문-에 대한 궁금증이 컸지만 아빠는 화를 내기만 할 뿐 누구도 그것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을뿐더러 금기가 된다. 부모라면 위험한 세계를 접하게 하지 않는 것이 의무감일 것이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그럴수록 커져만 간다. 그때 우연히 분홍 지렁이로부터 맨홀 밖의 세상인 창구에 대해 알게 되고 분홍지렁이는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외투를 나에게 남긴다. 그로인해 예지력이 생긴다.
작은 형이 가족의 상징이라 할 이빨을 빼버리고 홀연히 사라지고 나 역시 마찬가지로 그러한 방법으로 가족을 떠나 인간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딸애가 책을 읽으면서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렸듯 잠에서 깨고 보니 인간이 되어있더라는 얘기.
카프카에서 벌레가 인간의 무가치함을 이야기 했다면 여기서는 개만도 못한 인간을 드러내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지 싶다. 카프카의 변신을 말할 때 실존주의를 끌어와 논하는데 이 책에서도 뒤쪽에 작품 해설을 두고 그것에 대해 번호를 매겨 설명한다. 굳이 어린이 책에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짚어 설명하지 않더라도 재미있으면 그만 아닌가. 그야말로 많은 책을 읽으면서 또 나중에 학교에서 심도 있게 공부할 때 해도 괜찮다고 본다.
개의 본성을 감추지 못하고 갈비와 같은 먹는 것에 집착하거나 화가 나면 무는 등의 행동....어쨌거나 이러한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와 생각꺼리를 던져준다.
인간이 되어 나는 현대인의 어두운 단면을 보고 가족의 운명을 목격한다. 슬픔, 분노 앞에 문득 밝은 빛이 그립고 집이 그리워 집으로 돌아오지만 자신의 분신 같은 분홍지렁이 류웨를 찾아 먼 길을 떠난다. 개가 인간이 된 소년은 그 도시에서 또 무엇을 깨닫게 될까. 더 이상 도시에 대한 환상이나 재미있는 모험 같은 없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