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 씨앗
왕자오자오 지음, 황선영 옮김, 황리 그림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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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뭐든 빠른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이라도 늦거나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조급증이 생긴다. 특히나 이런 조급증은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발견된다. 현재 앞서 간다고 해서 꼭 일등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마음속엔 불안이 점점 더 커져 자꾸 남과 비교하거나 아이를 닦달하려 든다. 그야말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이중적인 그 모습이 나조차 싫지만 때때로 그런 나를 발견할 때면 나도 별수 없구나 싶다-.- 그렇겠지. 오죽하면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이 유행했겠는가.

누가 뭘 하든 내 할 일을 묵묵히 하는 평정심도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려우니 책 속 안의 모습은 동자승이라기보다 큰 스님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본, 정, 안이란 동자승에게 귀한 연꽃 씨앗 하나씩을 나눠주면서 싹을 틔워 보라고 한다. 그러자 본과 정은 지금이 어떤 계절인지도 생각지 않고 가장 좋은 화분을 골라 씨앗을 심거나 눈 덮인 땅속에 심는다. 그중 정은 따뜻한 방에 화분을 두고 가장 좋은 물과 흙을 가지고 열심히 책을 봐가며 싹을 틔우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금으로 만든 뚜껑을 화분에 덮어준다. 그러자 싹은 며칠 못 가 죽어버린다. 그런 와중에 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절에서 쓸 물건을 사러 장에 가거나 쌓인 눈을 치우고 늘 하던 대로 밥을 짓는 등 아주 편한 얼굴로 평소와 다름없이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한다. 그리고 봄이 오자 연못 한쪽에 연꽃 씨앗을 심어 싹이 트고 마침내는 연꽃을 활짝 피워낸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러한 타이밍, 즉 때를 알지 못하고 무조건 남보다 빨리 결과를 보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또 나가야 할 때와 가만히 있어야 할 타이밍을 너무 모르고 나대는 것은 아닌가 싶다.

기다림. 그것은 그냥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과는 다른데 기다림을 마치 도태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귀한 것일수록 기다림의 시간이 길수도 있는데 말이다.

기다림 끝에 귀한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이 그리 힘들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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