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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별장의 쥐
왕이메이 글, 천웨이 외 그림, 황선영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4월
평점 :
신간 검색을 하다가 중국 작가의 그림책이라 궁금했더랬다. 그림책을 비롯한 어린이 출판시장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유럽그림책 일색이고 아시아권에서야 일본 그림책이 여전히 강세다. 일본이야 워낙에 일러스트가 발달한 나라이니 제외하더라도 가까운 중국의 그림책을 찾기가 퍽 쉬운 편은 아니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앞으로 출판사들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적어도 어린이 그림책에서만큼은.
장미 별장의 제목이 붙은 이 그림책을 다 읽고도 난 하얀 꽃이 장미인줄 몰랐다. 뒤쪽의 ‘추천의 말’을 통해 그림 속 하얀 꽃이 장미였다는 걸 알았으니 그동안 장미라고 하면 붉은 장미만 떠올렸던 거다. 이런 편견 어디서 오는 걸까? 또한 중국은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얄팍한 지식도 조금은 작용했을 거란 생각이 들기는 한다. 중국 그림책엔 붉은 색이 많이 쓰였으리란 아주 단순함-.-
그래도 남는 궁금한 것 한 가지. 이 책은 그림 작가가 두 명이다. 왜 그럴까?
나이가 들면서 주위에 찾아오는 사람이 적어지는 건 참으로 쓸쓸한 일이다. 도시 밖 작은 별장에 사는 장미 할머니 역시 홀로 외롭게 살아간다. 아주 가끔씩은 상처입어 며칠 머물다 간 달팽이, 새, 강아지, 젊은이들을 돌봐주었다. 그러나 상처가 나으면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또 혼자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홀로 태어나 이 세상을 떠날 때도 홀로 간다지만 너무 쓸쓸한 말이다. 누군가가 곁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라지만 그래도...
어느 해 겨울,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려던 쌀톨이는 할머니 집을 두드린다. 함께 살기로 한 쌀톨이는 봄이 되자 지하 창고에 틀어박혀 술을 담가 마시며 취해 지낸다. 그걸 몰랐던 할머니는 창고로 들어가는 계단에 꼼짝 않고 누워 있는 쌀톨이가 죽은 줄 알고 묻어주려 한다. 술이 깬 쌀톨 자기를 위해 울어 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을 받고 술을 끊는다. 그리고 할머니 집에 뚱이란 고양이가 나타나고 쌀톨인 별장을 떠난다. 몇 년이 흐른 후 쌀톨이는 장미 할머니를 그리워 찾아갔으나 장미 넝쿨 아래엔 뚱이만 홀로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더 이상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쌀톨이와 뚱이는 눈물을 흘린다. 지난날 할머니가 자기를 위해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말이다.
그림은 대체적으로 예쁘고 색감이 산뜻한데 비해 할머니도 그렇고 쥐와 고양이의 표정은 밝지가 않다. 초록색을 많이 사용하였음에도 푸른색이 주는 생동감보다는 차분한 느낌이 훨씬 많이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