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저고리 파랑새 그림책 84
이승은.허헌선 글.인형 / 파랑새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쌍꺼풀에 큰 눈이 좋다고 나중에 앞뒤 트임을 해달라고, 딴 건 몰라도 얼굴 중앙인 코도 좀 높이고 싶고, 턱도 뾰족하게 깎고 싶다는 딸아이의 요구사항이 아니더라도 얼굴이, 몸매가 예쁜 것이 경쟁력인 시대. 뭐 얼굴로 먹고 사는 연예인이야 얼굴이나 몸매가 상품일 수도(?) 있으니 그렇다 쳐도 일반인들까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 시대다.

딴 얘기로 빠진 것 같지만 여기저기 떨어진 흙벽, 창호지 문, 빨간 볼과 동글동글한 얼굴의 엄마와 아이들 인형으로 장식한 표지가 정겹단 느낌이 드는 나. 표지를 보고 ‘귀~여워’ 하는 이 느낌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같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부디 같은 마음이면 좋겠지만 아니면 또 어떠랴^^

표지를 보면서 혹 이 책 부부가 함께 공동작업으로 만들었던 사람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표지의 책날개를 보니 맞다-인형은 이승은 작가가 만들고 인형이 살 집과 살림은 허헌선 작가가 만든다-부부가 공동 작업을 한다는 것보다 이런 손재주를 가졌다는 게 부럽다^^

제목과 함께 찍은 사진 속 오두막은 가난을 그대로 보여준다. 허름한 초가 한 칸. 그곳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은 따뜻하다. (앞서 정겹다고 했는데 그 단어엔 따뜻함이 포함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여자 홀로 사는 집이 무어 그리 풍족하겠느냐만 그래도 이 집에서 풍족한 게 있다면 그건 도란도란 끊이지 않는 웃음 일게다. 이보다 더 귀한 게 또 있을까? 다를 크면 제 잘나서 컸는 줄로만 알지-.-

삯바느질과 남의 집 빨래를 하면서 근근이 사는 집이니 설날이라고 남들 다 하는 떡국이나 설빔은 사치일 뿐. 설 전날도 엄마는 빨래터로 향한다. 머리에 인 빨래의 무게보다 치맛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열 배 스무 배, 백 배는 더 무거울 터.

착한 돌이는 우는 동생을 업어주고 달래주며 밖으로 나가니 동네 아이들은 새로 해 입은 설빔과 꽃신을 차려입고 방패연을 날리며 놀고 있다. 아휴~ 방패연의 색깔은 또 왜 이리 선명하여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부러운 마음을 접고 돌이는 분이에게 가오리연을 멋지게 만들어 준다.

그날따라 엄마는 늦으신다. 당연하겠지. 설 전날이니까 묵은 빨래감이 오죽 많으랴. 그것도 아주 크거나 무거운 것이겠지. 기다리다 지친 아이들은 이불도 안 덮고 잠이 들었고 그걸 보는 엄마는 자신의 고단함은 아랑곳없다. 안쓰럽다 못해 저린 마음이 표정에 그대로 전해진다. 그러고 보면 요즘 애들이 미워 속상해 해도 어쩔 수 없이 나도 엄마인 게야.

이때 삯바느질 하고 남은 천이 생각난 엄마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펴진다.

자투리 천으로 만들었지만 유명 브랜드의 옷이 흉내조차 내지 못할 예쁜 옷이다. 아무리 유명 디자이너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어도 이보다 더한 사랑과 정성을 쏟을 순 없을 게다.

밤새 눈은 내리고 엄마의 사랑도 소복소복 쌓여만 간다.

눈 비비고 일어난 아이 눈에 뜨인 머리맡 색동저고리가 무지개와 비교할 수 있으랴.

“엄마! 고맙습니다!” 하며 엄마를 껴안는다. 이들이 맞는 새해. 결코 가난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 햇볕이 누구에게나 고르게 비추듯, 가난한 대신 더 큰 행복을 만들어간다.

어른이 되어서도 힘이 들 때면 이런 추억이 담긴 이야기가 마음 속 어딘가에서 불쑥 튀어나와 용기를 준다는 말에 나도 내 마음 속 추억의 서랍을 살며시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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