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어른들을 용서해 다오

스프링벅 ㅣ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연극반 절친인 창제의 가출로 이야기가 시작되어 청소년들의 비행을 다룬 그렇고 그런 책 인줄 알았다. 배유안작가의 <초정리 편지>를 좋은 느낌으로 읽어 집어든 책인데 뭐 이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 읽고 나니 ‘창비 청소년문학’의 최대 히트작인 <완득이>만큼 알려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갑작스런 형의 죽음 이후 동준은 창제가 맡았던 주인공을 맡게 되고 슬픔을 잊고자 연극에 몰두한다.

남보다 앞서고자 오로지 좋은 대학 입학이란 경쟁으로 말미암아 원래의 목적을 잊어버린 청소년들 마냥 풀을 뜯어 먹는 것을 잊고 정신없이 달리는 ‘스프링벅’ 이란 양 떼를 모습에서 만들어낸 연극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우리는 그런 실수를 너무나 흔히 그리고 실수라는 생각조차도 없이 자주 반복한다. 습관처럼...

부모가 자식을 밀어준다고 한 것이 아이를 엎어지게 만들기도 하고 온갖 잔소리, 때로는 폭력을 동반하기도 하고 차갑고 냉소적인 눈빛 등으로 아이들을 몰아친다.

나를 비롯한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성숙한 어른이 못 된다.

자신의 감정 조절조차 못해 뒤돌아 후회하고 별 것 아닌 일에도 자존심 상하거나 상처받고 자책하기도 하는 성숙이란 것과는 등 돌린 모습을 보인다.

수재인 형이 죽은 이유를 찾지 못하다가 비밀-과외선생인 장근의 대리시험으로 명문대에 합격한 형이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을 알게 된 동준은 심한 배신감과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부정한 방법일지라도 어떻게든 명문대에 보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비단 이 엄마뿐일까....

말은 하지 않아도, 또 행동으로 실행하지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도덕적으로나 사회전반에 깔린 비틀린 생각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지 지금에라도 깨달아야 한다. 공부만 잘하면 뭐든 용서가 되는 사회.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개그 코너 중, ‘일등만 원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이 확 와 닿는다.

성공, 일류대만이 살길 인 것처럼 외치고 있지만 세상은 그렇치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앞으로는 공부가 아니라 창의력과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인데도 우리의 교육은 늘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안타깝다. 아무리 교육계가 변화에 있어 가장 느리다지만 이젠 변해야 한다. 얼마나 더 아이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내야 움직이게 될까. 이 땅의 아이들을 더 이상 죽음으로 내 몰지 않도록!

이야기의 플롯도 잘 짜여 졌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공감을 얻는다.

우리 때만 해도 어른들의 책 특히나 고전이나 명작과 같은 것에만 치우쳐져 있었으나 현재 출판계는 청소년 시장에 눈을 돌려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은 논술이나 교과에 관련된 책이 아니면 읽을 시간을 내는 것조차 어렵다. 자녀를 위해 구입한 책이 혹은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을 통해 이해 할 수 없는 까칠하기만 한 청소년의 생각이 궁금한 나 같은 부모나 어른들을 더 열광케 하는 지도 모르겠다. 

집중도 안 되고 생각도 복잡해 가벼운 책이나 읽자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마음에 꼭 드는 책을 발견했다. 창비 청소년문학 기획팀의 바람대로 이 시리즈 주목해서 볼 것 같다. 일단은 책날개에 소개된 읽지 않은 책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