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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일의 겨울 ㅣ 사거리의 거북이 10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김동찬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2월
평점 :
찬 공기의 채찍질에 살에 불이 붙는 듯한 혹독한 추위. 재앙 중에서도 아주 강도 높은 재앙이었고 이것을 ‘죽음의 하얀 가루‘라 불릴 만큼 끔찍했다. 길고 어두운 겨울의 터널을 몽골 소녀 갈샨과 그의 할아버지 바이타르와 무사히 지나게 된다.
우리는 때때로 죽음과 맞닿은 현실을 접할 때가 있다.
바로 지난주에 외할머니의 부고를 접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질 못해 계속 마음이 편칠 못했다.
그런데 127쪽의 “우리 할머니가 이렇게 돌아가셨어...”로 시작되는 그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힘들어도 갔어야 옳았는데 하는 마음이 아주 무겁게 짓누른다.
손녀인 갈샨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미친 늙은이’라 생각한다. 할아버지역시 자신의 의견이 무시된 채 결혼해서 도시에서 살림을 차려 아이를 낳은 아들이 마뜩찮다. 바이타르가 생각하기에 영어 선생질을 하는 며느리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한다. 가축을 돌보지도 말을 타지도 양 새끼를 받을 줄도 모르는 것이 그 이유이다. 거기에 가족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첫손주가 계집아이라는 것에 대한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럼에도 광야와 같은 그곳 차궁에서 야생과 같이 사는 삶 속에서 검독수리를 길들이고 윤곽으로 새를 구별하는 등의 가르침을 받으며 둘은 진한 교감을 나누는데, 할아버지와 손녀는 생명의 위협을 받을 고난을 함께 하는데 나는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컸다.
엄마의 임신으로 다섯 달(이 책의 제목인 153일의 겨울)을 할아버지와 보내는데 나는 그런 시간조차 가지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에 눈물과 회한을 토해내야 했다. (어쩜 다른 사람에 대한 서운함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묘사가 뛰어나고 대자연의 경이와 역동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단번에 몰입 가능한 빠른 전개와 감동을 전해준다. 더불어 몽골의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이 재난 영화처럼 머릿속의 영상이 떠돈다. 이전까지 내가 아는 몽골은 황량함, 그들의 주거지인 게르 등을 떠올렸던 데서 굉장히 다른 면을 보게 한 작품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갈샨이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매년 찾아오는 봄이지만 이전과 다른 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를 통해 지혜와 삶의 무늬가 새겨져 있음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