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 난다 신난다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동심원 3
이병승 외 지음, 권태향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동화보다 시는 분량이 짧으니 시간 없다는 핑계를 대기도 어렵고 목도 덜 아픈데 이상하게 시집을 읽는 아이들이 점점 보기 힘들어진다. 뭐 그건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를 읽는 어른들 또한 본 적이 없으니.
감각적이고 거친 말을 쓰는 요즘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동시가 아닐까?
요즘 아이들 동요도 안 부르고 어른들이 부르는 가요만 따라 부르니 점점 동요나 동시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동요를 부르고 시를 암송하는 아이를 그 친구들은 어떻게 볼까? 혹시 왕따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1학년짜리 조카도 가요를 얼마나 잘 따라 부르던지 내가 부를라치면 가사가 틀리다며 고쳐주곤 한다.
생각해보니 조카를 가끔 만나더라도 꼭 그림책 한 권씩이라도  읽어주지만 아직 동시를 읽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제목부터가 통통 빗방울 튀듯 경쾌하다.
가급적이면 동시는 심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여기 실린 시를 보면 사회문제나 묵직한 문제를 어쩌면 이렇게 기발하게 담았을까 하며 감탄을 하였다. 역시 시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하면서.^^

고양이 기사
동네 골목 전봇대 옆 으슥한 곳에 /무시무시한 까만 봉지 괴물 / 빵빵한 배를 퉁퉁 치며 자고 있어요// 고양이 기사가 발톱으로 가르면/ 빨간 리본의 사과 껍질 소녀가 나와요/ 참치 캔 깡통 로봇도 나오고/ 신문지 박사와 샴푸의 요정도 나와요//썩지 않는 비닐 감옥에/천 년 동안 갇혀 있을 뻔했다며/ 고양이 기사에게 박수를 쳐요// 으쓱해진 고양이 기사는/ “뭘, 이까짓 걸 가지고....“// 깡마른 생선 뼈 아가씨 하나 물고/ 담장 위로 폴짝 사라지지요//하늘이 반달눈으로 살짝 웃어요.

 때론 시를 도구로 어른들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하기도 한다.
‘정전‘이란 시에서 전기가 나가서 냉장고에 보관한 음식이 상할까, 빨래는 언제 다 할까, 청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일 앞에서 넋 놓고 있는 것처럼 우리들은 엄마가 지난번 아빠랑 싸우고 집 나갔을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뿐인가 시는 속상한 아이의 마음도 굉장히 간결하게 표현한다. 아무런 미사여구 없이.

 

석구
작년엔 홍석구였는데/올해는 박석구가 됐다/성만 바뀌었을 뿐인데/키가 한 뼘은 더 커지고/말도 없어지고/어딘가 아파 보였다/등도 굽고 땅만 보고 다닌다/우리한테 석구는/그냥 석구일 뿐인데.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시를 읽어주잔 새로운 결심을 해본다.
표현력도 풍부해지고 어휘력도 는다는 것이야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옛날 울 아들 말이 늦을 때는 시를 많이 읽어주었는데 이후론 별로 시를 읽어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라도 재밌는 동시 한 편씩 읽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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