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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 - 이미륵의 자전 소설 ㅣ 올 에이지 클래식
이미륵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10월
평점 :
가끔 당연히 읽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책이 사실은 제목이 너무 익숙해 읽지도 않았는데 읽을 걸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아주 당연하단 듯이...
이 책은 한빛문고의 대표적인 도서이기도 하고 고학년들에게 권장도서로 많이 추천되는 책이기도 하다. 애들은 벌써 다 읽었던 모양인지,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책이 바뀌었나 하는 것 같았다.^^
이미 우리나라보다 먼저 독일에서 주목받아 좋은 평가를 받은바 있는 이 책은 방송 드라마로도 방영되면서 잠깐 이미륵 작가가 재조명되기도 하였다.
소박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의 이야기를 자전적 소설로 써 내려간 이야기는 간결한 문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폭발적 반응’이란 카피 문구에 어떤 점이 그들에게 감동을 주었는지가 궁금했다. 내 이해력 부족인지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독서력 때문인지 책을 덮고 나서도 완전히 그 궁금증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동양적 정서? 전후 독일인의 상처를 보듬어 줄 만큼의 인간미 넘치는 소설적 내용이? 그것도 아니면 유년 시절의 평화로움을 통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일까?
어쨌건 그건 행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 문제이고, 내가 이 책에서 두드러지게 보였던 것은 자전적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조각조각 흘린 역사를 꿰어 맞추는 재미였다. 딱히 역사 소설이 아닌 자전 소설에서 흔하다면 흔할 수도 있겠지만 유난히 이 책에서 그러한 부분이 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어릴 적 한학을 배우며 사촌형인 수암과 개구 졌던 유년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전반부에 분량을 많이 할애하여 묘사하였고 이후 신대륙에서 들여온 유럽의 학문을 배우기 위해 신식학교를 들어갔고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유리창 많은 교실, 고등 산수, 지리학, 천문학 등은 그동안 공자 왈, 혹은 맹자 왈,로 시작하는 한문으로 쓰인 고전과는 너무나 달랐다. 이렇게 옛것과 새로운 것의 만남을 통해 우리의 풍습과 우리 강산의 모습 등 문화적인 면을 조금 더 부각시킨 듯 했다.(관찰사 취임식이나 아기를 낳고 싶어 하는 여자들을 위해 대신 기도해 주는 여자인 대원 어머니에 대한 부분, 초가지붕을 이을 새끼 꼬기 등)
그리고 미륵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이며 공명심 많고 엄격한 선비였지만 새로운 학문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미륵이 신학문을 배우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임금님의 옥새가 찍힌 포고문을 통해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합병되었다는 사실에 집 안팍의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그 와중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신다. 이것으로 미륵의 유년은 마침표를 찍는다.
미륵은 어머니의 바람대로 공부를 계속하여 서울 의학 전문학교를 다니게 된다. 이때 삼일 운동에 참여하여 전단을 돌린 미륵은 일본 경찰을 피해 고향으로 간다. 어머니는 미륵에게 유럽으로 가라고 권유하고 일단은 중국으로 도피하여 독일로 가는 여정이 그려진다.
어머니가 며칠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편지를 받는 그림이 고향 송림만에 휘몰아치는 눈 오는 풍경에 오버랩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산수화 같은 풍경과 정적(?)이 느껴진다. 여전히 압록강은 흐를 것이다. 앞으로도. 그리고 우리의 역사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