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정의 기판이 푸른도서관 34
강정님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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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에서 사투리를 구사하여 펴낸 책들을 간간히 보긴 했지만 이렇게나 질퍽한 사투리로 쓴 사투리 문학(?)을 좀체로 볼 수 없었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에게 표준말이 옳은 말이고 사투리는 틀린 말이란 생각이 은연중에 배어 있었다. 사실 문학에 있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표준어보다 사투리로 된 작품들이 적은 것도 사실이고 전체적으로 사투리를 구사하는 작품은 더더욱 보기 어렵다.

질그릇 같이 깊은 맛을 담고 있으며 다양한 언어의 유희를 즐길 수 있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어 많은 부분 표준어가 그러한 부분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쉬웠던 부분이다.

재작년엔가는 그래서 맛깔난 사투리가 나오는 동화책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이 책 <밤나무정의 기판이>가 읽어본 중 최고였다. 옛날 <태백산맥>을 읽으며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았던 때에 비하면 훨씬 쉽지만 그래도 가끔은 읽으면서 무슨 뜻인가 싶어 다시 문장을 읽곤 옛날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났다.

생각해보면 인터넷 사용급증으로 우리말 파괴가 심각하다는 지적은 많지만 한편으론 점점 사투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경계하지 않고 있다. 사투리도 우리말이고 그것을 껴안을 수 있는 것은 문학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안 앞 비석거리 외진 길목, 두들겨 맞고 칼에 찔려 온몸에 피로 물들어 쓰러져 있는 기판이를 들쳐 업고 나타난다. 정적을 깨뜨리는 비명소리가 고요한 밤나무정 마을을 뒤흔들며, 오래전 기판이 할아버지적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은 기판이의 성장과정을 오롯이 담았지만, 단적으로 기판이의 성장을 담아낸 소설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판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에 이어 여러 인물 묘사를 비롯하여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주인공 기판이가 결국 칼부림에 죽게 된 과정이 당시의 혼례나 굿판을 비롯하여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녹여냈다. 그중 굿판에서 벌어지는 보살의 방안굿, 손님굿, 제석굿, 씻김 굿 등은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독자들에게 보여주려 한 것이 인상 깊었다. 그러면서 이런 굿에 대한 책도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인물은 기판의 어머니인 안골댁의 그악스러움과 비뚤어진 자식사랑이 결국은 기판이를 유약하고 힘없는 존재로 자라게 했고 기판이가 조직폭력배에 찔리기 전에 자신이 친구들에게 당하던 놀림과 폭력을 그대로 재현하게 된 것이 안골댁의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았나 싶다.

채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죽은 기판이가 안쓰러워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펼쳐내는 이야기와 시골 마을의 정경이 구수한 사투리와 어우러진 작품을 읽었는데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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