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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평점 :
똑같은 아침, 똑 같은 사람들과 똑 같은 일상. 특히나 전업 주부로 사는 나 같은 평범한 마흔의 여자는 ‘불혹’이란 단어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 나려해도 아랫배에 들어붙는 비곗덩어리가 실제의 무게보다 훨씬 무겁게 짓누른다.
일탈을 꿈꾸지만 그럴 용기도 없고 가정이란 끄나풀이 바투 끌어당기고 있다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가정 내에서 엄마란 존재는 집 안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무관심하다. 그렇기에 어느 때보다 유머가 필요했다.
밝은 색의 표지에 쫙 째진 눈과 삐뚜룸한 입을 하고 담벼락에 커다란 막대사탕을 든 아이의 모습은 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을 만들어 내고 제목도 왠지 기분을 업 시켜 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무엇보다 오쿠다 히데오 식의 가볍고 유머러스함이 전제 되어 있을 거란 점도 작용하였다.
터닝 포인트가 필요해!
따분한 일상에 전환점이 된 건 인터넷 중고 경매를 통해 구매자들이 달아주는 댓글의 ‘아주 좋다’는 평가와 함께 ‘감사하다’는 짧은 말이 노리코에겐 자신감과 더불어 젊음을 가져다준다. 마치 엑스터시와 같은 흥분과 쾌감이 반복되는 일상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타인의 시선이 젊음의 비결이 될 만큼 가족은 노리코에게 무덤덤했다.
그렇다면 내 가족은 내게 얼마만큼의 관심을 가져줄까? 하는 생각으로 빠진다.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마냥 유쾌함으로 일관하지 않고 사회를 반영한 글에 공감하는 바가 커서 꽤 두터운 독자층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
히로코 역시 홍보용 우편물에 사용할 주소와 이름을 입력하는 작업물을 가져다주고 회수해 가는 구리하라가 꿈속에서 그레이프프루트 괴물이 되어 성적 쾌감과 황홀감에 빠진다.
하지만 이들이 불륜이나 인터넷 중독으로 빠지지 않고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오기에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불쾌하지도 않을뿐더러 가벼운 웃음을 웃어줄 수 있다.
불황, 남녀의 역할 변화
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가정에도 영향을 준다. 실직으로 자연스럽게 주부의 역할을 해보니 이게 딱 내 체질인 것 같은 재미를 발견한 유스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들 부부를 안쓰럽다거나 동정의 시선을 보내고 힘내라는 말을 건넨다. 주위 사람들은 고정된 사회의 뿌리 깊은 성 역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정작 집안일을 하는 유스케나 직장에 다시 복귀한 아쓰코는 너무나 만족스럽고 바로 지금 여기가 청산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일반적으로 둥지로 일컫는 공간인 집안은 여자들만의 취향으로 꾸며진다. 그것이 여자의 아이덴티티인 것 마냥. 집 나간 아내로 인해 그제야 자신의 왕국을 만들어가는 마사하루는 중학 시절부터 좋아했고 수집했던 LP나 CD를 비롯한 오디오 기기를 들여놓고 가구나 가전 등의 물건을 누구의 간섭 없이 취향대로 꾸며갈 수 있게 된다. 별거가 만들어 준 이일이 계기가 되어 결국 이 부부를 다시 화해하게 만드는 참으로 아이러니로 흐른다.
부드럽고 단맛만 나는 솜사탕은 없다.
언제나 빛과 그림자는 공존한다. 남편이 실직하여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불안감이 고조될 때면 하루요의 일러스트 일이 초고조를 달린다. 그나마 다행 아닌가 싶은데 남편이 시작한 커튼 사업이 호조를 띠자 하루요가 그린 포스터가 낙방을 한다. 그렇지만 하루요는 실망스럽지가 않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내려 올 것이라 믿으니까.
유명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야스오는 친환경 운운하는 사람들인 로하스 동지들을 씹어 주는 것을 소재로 한 글을 쓴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아내를 공격한 것이기에 결국 아내의 심기를 건드린 꼴이 된다. 그것을 간과한 것이 부부간의 틈을 만들어내자 자신이 쓴 글이 이들 로하스 사람들의 편리주의적이며 이중적이고 모순된 것을 까발리는 것에 그치지 않음을 알고 아무리 걸작이라 하더라도 가정을 깨면서까지는 아니라 생각하고 글을 내지 않는 것으로 결단을 내린다.
이렇듯 가족은 무심한 듯 하지만 때론 가장 힘이 되는 존재이며 갈등하고 언제든 화해할 수 있는 단단한 애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가족이란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이리라.
우리집이야기이며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인 듯 심리적 거리감이 없어 공감하는 바가 크다.
유쾌한 웃음이 필요하다면 몇 시간이면 족하다.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은 덜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