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는 힘들어 웅진 세계그림책 78
다루이시 마코 그림, 카도노 에이코 글,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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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유치원가방과 모자, 파란색 우산과 장화를 벗으며 현관을 들어서는 준호의 얼굴은 정말 환하다. 하지만 엄마는 할머니 병문안을 다녀온다며 집 좀 보고 있으라고 하자 금새 눈썹에 각이 지고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며 금방이라도 유치원 가방을 내팽개칠 태세다.    

이때 엄마의 탁원한 센스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엄마의 말 한마디에 댓발이나 나온 입이 다시 쑤욱 들어간다.
“참, 보물찾기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겠다. 엄마가 아주 좋은 거 숨겨 놓을게.”
보물이 뭘까? 나도 궁금해진다.
“그건 비밀. 숨바꼭질할 때처럼 눈 꼭 감고 돌아서서 열까지 세어 봐.”
현관문을 나서며 엄마는 힌트를 준다.
“준호야, 한 가지 알려 줄게. 꼬리가 달린 보물이야.”
이렇게 해서 엄마는 외출을 하고 준호는 혼자 집에 남아 엄마가 숨겨둔 보물을 찾기 위해 온 집을 돌아다닌다. 이불 사이로 보이는 가느다란 꼬리를 잡아당기자 엉거주춤 바지를 입으려는 생쥐 한 마리가 나타난다. 하지만 이게 준호가 찾는 보물은 아닌가 보다. 빨간 바지를 입고 후다닥 뛰어가는 생쥐 정말 귀엽다.

그림을 세 컷으로 나눠 그려 생동감이 느껴진다. 준호를 따라 쫓아가는 눈도 바빠지고 그림에 집중하게 하고. 집 안에 다른 꼬리가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순간 준호도 독자와 똑같은 꼬리를 발견하게 된다.
아마 이 책의 묘미가 독자와 준호가 머무는 눈길이 같다는 것이다.
이번엔 무슨 꼬리지~ 책장에 낀, 까맣고 세모난 꼬리.
여기선 사물의 일부를 보고 전체를 상상해 보는 재미까지 더해진다.
이거 여러 가지 효과를 노렸네 하는 생각이든다^^
이번엔 눈을 가릴 정도로 깊이 쓴 펭귄이 뒤뚱거리며 책장에서 떨어진다. 이번에도 바쁘다며 휙 ~
아이 그럼 준호의 보물은 어디 있을까? 서랍에 삐죽이 나온 저건 뭐지. 

아이를 키우다보면 후딱 슈퍼에 두부라도 사러가야 할 때가 생긴다. 이럴 때 작은 거라도 숨겨놓고 아이와 이런 놀이를 시도해 보면 좋겠다. 엄마도 아이도 윈윈.

그럼 엄마가 숨겨놓은 보물은 대체 뭘까? 이제 골이 난 준호는 보물찾기를 관두려 하고 방바닥에 벌렁 눕자 모자 상자에 꼬리가 보이는 게 아닌가. 급 실망이다. 준호에겐 그냥 간식일 뿐.
그러나 비스킷과 사탕 꾸러미에 쪽지 한 장을 보인다. ‘준호의 보물, 그리고 선물 기대해’하고.

엄마가 돌아와 내민 선물엔 무엇이 들었을까. 끝까지 궁금하게 만든다.
우와~ 지금까지 나타난 동물친구들이 타고 있는 빨간 버스가 짠하고 펼쳐진다. 

내가 유독 일본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렇게 부드럽고 편안함을 주는 그림과 잔잔한 미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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