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레시피 - 레벨 3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이미애 지음, 문구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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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눈물도 줄어 들 줄 알았다. 점점 메마르고 퍽퍽해지는 감정들이 괜시리 나이 듦의 반증이 아니고 뭘까 싶었던 적도 있었다.

얼마 전 외할머니께서 엄마를 많이 찾는다는 말을 들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한번 다녀오시라고 했다. 그러고도 일주일 이상이 지나고 엄마는 멀리 시골을 다녀오셔서 안타까워 하셨다. 치매끼가 있어 엄마를 한 번도 알아보지 못하셨다니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대부분의 눈물엔 자신의 설움을 더 많이 담아 본래의 눈물보다 훨씬 많은 눈물을 흘리곤 한다. 특히 결혼 후엔 엄마란 말에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만큼 ‘엄마’란 단어는 깨질 듯 위험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치마 끝단을 잡고 늘어지는 아이처럼 감정이란 녀석도 한 귀퉁이를 잡고 잠깐이라도 울어주니 마음이 시원해진다. 이건 또 뭔 조화속인지.ㅎㅎ

사실 서현이와 외할머니가 엮어내는 이야기는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다. 할머니의 맛깔스런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입맛을 다시게 하지만 경상도 사투리는 내 귀에 쏙쏙 들어와 가슴을 뜨뜻하게 데운다.

울 딸은 내 요리 솜씨를 마뜩찮게 생각한다. 그건 제 외할머니와 비교할 때 특히나 심한데 엄마는 아예 손도 대지 말라고 한다. 할머니는 따로 장을 보지 않더라고 냉장고를 뒤져 뚝딱뚝딱 도깨비 요술 방망이라도 숨겨둔 것처럼 자신의 입에 딱 맞게 차려내고 또 아주 가끔은 하트모양으로 전을 만들어 손주들 것만 따로 빼놨다가 주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래도 울 애들은 ‘맛있어요’ 한 마디면 끝인 표현에도 크게 마음 쓰지 않으시고.

엄마는 마음과 달리 툭 던지는 말은 다정함이나 인자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투박함 속에 배어있는 따뜻함과 진한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것을 나는 알지만 그 본심을 알기까지는 서운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그것을 내 아이들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좀 무리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서현이도 할머니와 그랬다. 쑥스럽고 어색하여 혼자 다리를 두드리는 할머니를 외면하기도 했다.

하긴 정이란게 시간에 꼭 비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함께 부대끼는 시간을 무시 할 수는 없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이 재래식 화장실에 빠진 이야기로 옛날엔 화장실에 빠지면 똥떡을 해 먹었다는 것을 아이들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통해 읽었지만 이 책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통통하게 살찐 구더기가 기어 다니는 화장실에 석유를 폭폭 뿜어대거나 농민 신문이 한쪽 벽에 걸려 있는 풍경, 그 모습은 도시에서만 살았던 내게도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이었다.

여름방학 할머니 댁에서 보내게 된 서현이가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함께 할머니가 서현이에게 해 주신 요리 레시피가 중간중간 실려 있다. 그 음식들은 다름 아닌 장떡, 추어탕, 콩국수 등을 비롯해 경상도 사투리로 정구지라고 불리는 부추 부침개, 다슬기라 불리는 고디국...꼴깍꼴깍 침 넘어간다. 나 역시 외갓집이 경상도라 익숙한 말투가 정겹다. 정구지 찌짐이나 다슬기 국에 얽힌 추억이 생각나기 때문에 더 그랬다. 집 울타리에 가시나무가 심어졌는데 이 가시를 떼어다 고디를 쏙쏙 빼어먹고 푸르스름한 국물에 풋고추 쫑쫑 썰어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내게 정말 잊히지 않는 일은, 외손녀인 내게 어린 흑염소로 약해 주신다며 그 피까지 마시라고 억지로 권하셨던 일, 물론 안 먹는다고 버텼지만 그 일은 두고두고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면 함께 떠오fms다. 외할머니와 별로 추억이 많지 않지만 긴 머리를 참빗으로 곱게 빗어 쪽지는 모습도 생각난다.

서현이가 여름 방학 한때를 할머니 댁에서 보내고 난 후 겨울방학에 다시 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하지만 서현이 마음 속 추억의 방엔 행복했던 기억으로 꼭꼭 기억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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