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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껜 아이들 ㅣ 푸른도서관 3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디아스포라(Diaspora)를 유대인들만 겪었을까? 절대 아니다.
이제부터 상처받고 소외당하고 잊혀지기까지 했던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만나게 된다. 이주역사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뼈아픈 삶을 감동적으로 그린 작가를 다시 한 번 살펴보게 했다.
영국인 중개업자 마이어스와 일본인 다시노 가니찌에게 사기 이민을 당하여 멕시코에서 거칠고 뾰족한 ‘에네껜’(이 책에서는 어저귀 잎을 베는 것으로 이야기 된다. 제목은 에네껜??)이라 불리는 선인장을 베는 일을 하게 된다.
이민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이들은 노예로 팔려갔기 때문에 심한 노동과 채찍에 시달려야 했다.
최고의 양반 그것도 황족인 윤재, 백정의 신분인 덕배, 청계천 다리 밑에서 거지 생활을 하던 봉삼은 현재 자신들이 처한 것에 미련 없이 버리고 돈을 벌기 위해 혹은 도망치듯 떠난다.
그러나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은 자신들이 버린 힘겨움보다 훨씬 강도 높은 노동과 비인간적인 대우, 전대금 때문에 자꾸만 빚만 쌓여간다. 이곳에서 양반이란 신분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무능한 존재일 뿐 어떤 방패막이가 되지 못한다.
얼마 전 ebs에서 러시아의 강압에 의해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로 이주한 고려인의 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며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았다는 것에 참으로 미안했다. 우리의 무심함도 이들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지금이야 이들이 첫 이민 세대는 아닐지라도 후손들의 삶이 아직도 많이 힘겨워 보였다. 힘없는 모국으로 불행했던 첫 이민 세대로부터 후손들까지도 무관심으로 일관된 모국을 원망하진 않았지만 그 프로를 보는 나는, 내 나라가 원망스러웠다. 왜 여태 이들에게 마음써주지 않았나 해서...
우리 민족 특유의 강인함과 정을 나누며 잘 이겨낸다. 비록 윤재 누나와 감초댁을 척박한 땅에서 잃었지만 신분의 차별을 허물고 결국은 <메리다 조선인 학교>를 세우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길 꿈꾼다.
세 아이들을 통해 절망 같은 환경에서 희망의 씨앗을 심었던 수많은 조선인 이민자들의 이야기는 학교폭력이나 일반적인 성장소설보다 훨씬 무게감 있으면서 신선하다.
청소년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소설이다.